오름은 예부터 신화와 신앙이 살아 숨쉬는 곳이며 소와 말을 키우는 제주사람들의 생활텃밭이었다. 7일부터 13일까지 갤러리 제주아트에서 마련되는 고남수 사진전의 주제는 ‘오름에 오르다’다.

 오름에 올라 멀리 함께 생성된 또 다른 오름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는 그가 느껴진다. 또 오름을 끼고 실낱같은 길이 흐른다. 길은 역류하는 빛을 받아 그 자태를 뱀처럼 드러내고 땅을 구획하고 있다.

 오름은 오랜 세월을 두고 화산이 폭발할 때마다 화산재가 쌓여 이루어진 중산간지대의 ‘작은 한라산’이다. 크건 작건 꼭대기에 분화구(굼부리)가 패어있는 것이 특징. 대부분 선이 부드럽고 풍만하다. 

 출품작은 ‘백약이오름에서 본 알오름’‘따라비오름’‘금오름’ 등 모두 26점. 비와 바람·폭풍·눈발·저녁놀 등 자연현상과 어우러진 오름은 장엄함을 내뿜기도 하고, 서글픈 아름다움을 풍기기도 하며, 고요한 평화를 안겨주기도 하고, 쓸쓸하기 그지없는 황량한 들판으로 다가서기도 한다.

 오름은 인간의 체취가 함께 한다.

 산담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용눈이 오름 일대. 이 오름의 산담을 자세히 보면 출입문인 신문(神門)이 있다. 오른쪽에 문이 있는 것은 남정네, 왼쪽은 아낙네의 무덤이다. 오름은 또 4·3 등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만큼 제주사람들의 삶의 숨결이 오름마다 진하게 배어있다.

 고씨는 현재 제주관광대 사진영상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번 제주전에 앞서 지난달 28일부터 4일까지 서울 ‘갤러리 룩스’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전시개막 7일 오후 6시30분. 문의=757-7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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