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우리 학교로서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날로 새겨질 거야.

 "학부모와 함께 하는 윗세오름 탐사"

 이런 주제를 내걸고 동광 가족(어린이, 부모님 그리고 선생님)은 한마음 되어 한라산으로 향했지. 단순한 오름 등반이 아니라 한라산 흙 나르기 행사에 동광 가족들의 땀방울을 모아보겠다는 의지가 모여 실시하게 된 것이기에 더욱 귀한 행사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 전날 까지 불던 바람은 어디로 꽁꽁 숨었는지 금빛 햇살만이 우리의 산행과 함께 하려고 아침부터 운동장에서 서성이고 있는 게 아니겠어?

 부모님과 선생님을 등산 도우미로 하여 어리목 입구에서 배부 받은 흙가방을 짊어지고 윗세오름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지. 

 숨을 할딱이면서도 반드시 정상을 밟고 말겠다며 다부진 각오로 땀을 훔치는 아이들, 서로 손을 꼭 잡고 우정을 과시하는 아이들, 오이를 서로 나눠 먹으며 피로를 달래는 모습들….

 이 모든 것들이 한라산을 배경으로 연출되는 멋진 장면이었지.

 숲 터널을 통과할 때까지 몇 차례 휴식을 취하면서 진달래 동산에 도착하자 어디서 달려왔는지 상쾌한 바람이 우리의 얼굴을 간질여 주었어. 이에 뒤질세라 키 작은 잡목들도 바람에 맞춰 춤까지 추며 우리를 환영해 주었지. 어서 오라고. 힘내라고 말이야.

 빼곡히 박힌 자갈들 때문에 넘어지는 아이들도 하나, 둘 생겨나서 애를 먹었지만 그런 방해물이 우리의 길을 막기엔 어림없었지. 우린 이미 정상을 꿈꾸며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있었거든.

 2시간 30여분 만에 드디어 해발 1700고지인 윗세오름에 도착했어.

 한라산 백록담의 경관을 이야기 할 때 최고로 친다는 윗세오름,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는 윗세오름 말이야.

 우리 어린 승리자들의 "야호" 함성소리 속에 산이 주는 성취감이란 선물도 겸허하게 받아들였어.

 특히 산이 내뿜는 푸근함에 함빡 젖어보는 그 느낌이란!

 붉은 속살을 드러낸 한라산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켜켜이 쌓였지만 힘들게 가져온 흙 배낭을 한 곳에 모으는 광경을 바라볼 땐 감동이 강물처럼 출렁거렸어. 머지않아 윗세오름이 제 모습을 되찾으리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일 거야. 분명 이 아이들은 제주의 오름, 아니 제주의 자연을 지키고 가꿔나갈 환경 지킴이 임에 틀림이 없다는 믿음도 고개를 들더군.

 산행이 힘들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않겠지. 하지만 우리는 걷고 또 걸으면서 고통을 담기보다는 인내심과 환경 체험의 장에서 우리만이 배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었어. 환경을 지켜나가려는 조그만 시작을 열었고 내가 아닌 사람들을 내 안에 넣어 배려할 줄 알게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나를 이기는 법을 터득했어. 

 친구의 몫까지 2개의 흙 배낭을 짊어지고도 불평 한마디 흘리지 않는 그런 베풂의 아름다움을 지닌 아이들, 그리고 기꺼이 도우미 역할을 맡아주신 부모님들과 함께 한 오늘의 산행은 잊지 못 할거야, 언제까지나.

 산을 등지고 돌아오는 우리 행렬에 대고 윗세오름이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어.

 환경을 사랑하는 동광 가족의 가을 나들이는 정말 멋졌어.<안희숙·동광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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