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생물종다양연구소 수석연구원·논설위원

최근 한라산 조릿대가 제주특산, 한정 식물자원들을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관련 학자 및 미디어에서 소리를 내고 있다. 한라산 조릿대 과잉번식 문제는 10여년전부터 전문학자나 도민들로 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특히 최근 환경부가 '조릿대 공원'을 우려하면서 제주도가 재인식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한라산은 지형상 인력이 직접 투입돼 조릿대를 물리적으로 억제·제거하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며, 안전상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생태학적 접근과 융합과학 투입 없이는 조릿대 번식 억제와 한라산 생태 및 종다양성 회복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필자는 최근 널리 활용되고 있는 융합기술을 도입한 한라산 조릿대 번식 차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제주마의 이용을 들 수 있다.  현재 한라산 최대 초식동물은 노루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노루는 섬유소가 많은 조릿대 보다는 연하고 부드러운 농작물이나 십자과 등의 식물을 좋아한다. 

이에 한라산 생태계에서 초식동물 중 제주마 이상의 조릿대 소비자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보통 제주마의 하루 이동거리는 12~15㎞ 이며, 이 가운데 8~9㎞는 풀을 먹는다. 섭취량은 20~3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한 그룹당 4~5마리라고 하면 최대 120~150㎏의 조릿대를 섭취할수 있는 양이다. 

1980년대 초에만 해도 윗세오름에 제주마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따라서 제주마들이 한라산 지형 지물로 인한 접근성 문제는 없는 듯 하다. 그러나 어디서, 어떻게 제주마를 놓을 것인가 하는 방안은 고민이며 최근 각광받고 있는 GPS 및 드론 활용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GPS인식기를 제주마에 표지하면 이동경로와 조릿대 섭취량, 습성 등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드론이 수집한 자료를 통해서도 조릿대 제거와 방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동물 행동학 및 생태학 연구자료 확보도 중요하다. 한라산은 산림지역으로 보면 난대림과 아고산대 산림지역으로 나뉘며, 지형지물상으로는 계곡과 암석지·목초지·오름·습지·언덕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제주마가 사계절 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말은 모든 가축 중에서 인간과 같이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같이 진화해 온 동물로, 동물행동학 연구에서 선천적 연구 행동 패턴과 진화를 찾아볼 수 있는 가축이다. 따라서 제주마가 한라산이라는 환경과 조릿대를 주 에너지원으로 한 생존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자료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마 방목을 통해 한라산 아고산지대의 관목림과 초원식생에 있어 제주조릿대 제거 및 추원식생이 복원 여부도 생태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연구 분야를 제공할 것으로 사료된다. 

조릿대이용 가공상품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관련 기업 제품도 시장에 진입되고 있는 만큼 조릿대 활용방안도 보다 광범위하게 찾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내 최고의 종다양성을 자량하는 한라산은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제주의 보물이 조릿대에 밀려 한라산 특산식물이 멸종 된다면 이는 진화가 아닌 관리 부실, 제주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전 세계가 환경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로 많은 동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일부 지역 및 국가에서는 이를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인식해 정책과 예산확보를 멀리하고 있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제주 한라산 만큼은 타 지역과 해외에서도 선진사례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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