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신 제주지방기상청장

우리 제주도는 지난해 12월에는 평년보다 1.4도 높아 따뜻한 겨울이었으나 지난 1월18~19일 한차례 추위가 몰아치더니 1월23~25일에는 32년만의 폭설과 함께 한파 등 위험기상이 한꺼번에 몰아쳐 제주공항이 3일간 폐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계절의 변화는 거역할 수 없듯이 최근 성산일출봉 부근과 제주도 들판에서는 유채꽃들이 노랗게 피어나고 있고 다양한 꽃과 새싹들이 피어오르는 등 새삼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아마 여름, 가을, 겨울을 기다리는 사람보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봄이 주는 따스함과 화사함 그리고 시작과 설렘 등 환한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직까지 강풍과 쌀쌀한 날씨가 나타나고는 있으나 햇볕만큼은 따뜻함을 느끼게 하고 있어 일일이 입춘(立春)·우수(憂愁) 등 절기를 말하지 않아도 봄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주말이면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다. 아무리 춥던 날씨도 경칩이 되면 날씨가 누그러져 따스한 기운이 돌고 초목에는 싹이 트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한국 세시풍속사전에서 경칩은 새싹이 돋는 것을 기념하고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라 말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경칩이 되면 중산간 초지의 해묵은 풀들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驅除)하기 위해 마을별로 방애(불 놓기)를 했다. 이러한 전통적인 풍습을 오늘날 들불축제로 승화시키는 등 봄을 준비하는 제주도의 특색이다. 제주들불축제는 경칩이 있는 기간 오름에 불을 놓아 한 해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로 이때는 기상상황이 매우 중요하다.

제주지방기상청에서는 제주들불축제의 성공적인 추진과 원활한 행사진행을 위해 매년 차량에 탑재한 이동식 자동기상관측장비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현장의 기상실황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안전기상정보 제공을 위한 예보·특보·정보를 수시로 서비스하고 있다. 올해도 축제의 하이라이이트인 오름불놓기의 안전을 위해 기상상황실에서 예보브리핑하는 등 성공적인 '2016 제주들불축제'가 될 수 있도록 특별 기상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한편 기상청에서는 올해부터 국민들의 날씨예보 선택권을 넓히고 다양한 민간업체의 경쟁을 통해 기상산업시장 규모를 확대하고자 민간기상업체에서 봄꽃 개화 예상시기를 예보하도록 하고 있다. 민간기상업체에 따르면 올해 개나리는 3월14일 서귀포에서 피기 시작해 13일후인 3월27일 서울에서도 필 것으로 전망했다. 서귀포에서 서울까지 거리를 약 500㎞로 잡으면 봄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속도는 하루에 약 40㎞로 북상을 하면서 전국에 봄소식을 전해주는 것이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위 가사는 몇 년 전부터 유행해 봄이 되면 사람들 입에서 가장 많이 불려지는 노래중 하나인 '벚꽃엔딩'의 가사다. 이제 한달 후인 3월말이 되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벚꽃이 절정을 이룰 것이다. 

알 수 없는 설렘으로 가족이나 연인 등 반가운 사람끼리 손을 잡고 벚꽃 향기에 취하면서 거리를 걷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우리의 삶이 더욱 더 알차고 풍요로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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