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생 부국장대우·교육문화체육부

옛날 한 아라비아 상인이 죽음을 앞두고 3명의 아들을 불러 앉힌 후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줄 유산은 말 열일곱 필뿐이다. 우리 고장 관습에 따라 모두에게 똑같이 주지 못하기 때문에 큰아들에게는 열일곱 마리 중에 반을 주고 둘째아들에게는 전체의 3분의 1을, 막내아들에게는 전체의 9분의 1을 주도록 하겠다" 이 아라비아 상인은 이 말을 남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하지만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유산을 나누기에는 오랜 시일이 걸렸다. 다름 아닌 큰아들은 열일곱 마리의 반이 아홉 마리라고 주장했지만 두 동생들은 2분의 1(8마리)이 넘으니 용납할 수 없다고 완강히 버텼다. 이에 둘째아들은 열일곱 마리의 3분의 1(5마리)로 여섯 마리를 가지겠다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형제들이 납득하지 못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막내아들 역시 열일곱 마리의 9분의 1인 두 마리를 가지겠다고 욕심을 부려 유산분쟁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 3형제의 집 앞을 지나던 한 목사가 아버지의 유산분쟁의 만족스런 답을 내놓았다. 목사는 이들에게 자신이 가진 말 한 마리를 줘 모두 18마리가 됐다. 이에 큰아들은 2분의 1인 9마리를, 둘째아들은 3분의 1인 6마리를, 막내아들은 9분의 1인 2마리를 상속받게 됐다. 결국 남은 1마리는 목사가 다시 가져가게 돼 상속문제는 지혜롭게 원만히 해결됐다.

우여곡절을 겪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작업이 양측의 합의에 따라 3월2일 발기인대회를 개최, 통합절차에 탄력을 받게 됐다. 지난달 18일 김정행 대한체육회장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만나 '3월27일까지 통합을 이룬다'는 원칙을 재확인해 법정 기한 내 통합을 이룰 가능성은 높아진 상태다. 특히 중앙의 체육단체 통합준비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제17차 회의를 열고 통합수순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준비위원회는 지난달 15일 통합체육회 발기인대회를 열기로 했지만 11명의 발기인 가운데 대한체육회 추천위원 3명과 국회 추천위원 2명, 문화체육관광부 추천위원 3명 중 1명 등 모두 6명이 불참해 첫 발기인대회가 무산된바 있다. 특히 대한체육회는 직원 170여명과 연간예산 2700억원을, 국민생활체육회는 이에 비해 직원 40여명, 예산 900억원을 거느리는 국내 최대 단체로 통합체육회 탄생에 있어 막판 진통도 예상된다.

제주특별자치도생활체육회가 지난달 26일 2016년도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와 마찬가지로 통합체육회 출범을 위해 해산했다. 이에 오는 15일 역사적인 통합제주도체육회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두 단체 통합으로 가는 길이 그리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중앙에서 내려온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뤄지고 있지만 벌써부터 통합체육회 상임부회장과 사무처장의 자리를 놓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통합체육회 초대라는 타이틀이 걸린 부분이라 많은 체육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당초 모 회장이 상임부회장을 맡고 엘리트 사무처(장)와 생활체육 사무처(장)를 두기로 잠정합의를 했지만 현재 합의 내용과 통합체육회 사무처 조직도와 임금 등에서 접근을 이뤄내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관 2층에 통합체육회 사무실을 배치하면서 본격적인 통합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보름도 남겨두지 않은 현재 이렇다 할 성과물이 없어 보인다. 이제 제주체육의 또 다른 시대를 열어갈 통합체육회 탄생이 13일 앞으로 다가왔다. 길다면 긴 시간이겠지만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아 보인다. 마음을 열고 주위를 돌아보면 해답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앞선 아라비아 상인의 유산을 해결했던 목사의 지혜처럼 앞으로 제주체육의 백년대계를 이어갈 통합체육회 탄생을 위해 도내 체육인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서로 양보와 배려를 통한 참된 통합체육회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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