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덕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제주인은 배타적인가?"에 대한 나의 대답은 "글쎄요"이다.

나는 제주인으로서 제주에 살면서 외부인들로부터 '제주인은 배타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 배타성을 이야기할 때는 제주도가 섬이라는 지정학적 환경을 제기하고, 섬 사람들의 특성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처음에는 이런 지적이 그럴 듯하게 들리고, 정말 우리가 배타적이어서 남들과 협력하기 어렵고 외부인들의 제주살이가 힘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외부인들의 언행을 보고, 우리 내부를 관찰하면서 이 지적에 회의가 들었다. 제주인의 배타성에 대해서 어떤 근거로 판단하며, 그에 대한 객관적인 이유를 제시할 수 있는지 등이 궁금했다. 또한 제주인들은 외부인들의 이런 평가에 불편해 하면서 어느 정도 동의하는지도 의심이 들었다.  

제주인들은 배타적이어서 포용성과 다양성이 부족하고, 폐쇄적이라는 부정적인 말을 지속적으로 듣다 보면, 이런 편견에 동화돼 자존감이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외부에서 제주인들이 배타적이라고 하니까 내부에 있는 제주인들도 그런가 보다며 이에 동조하고, 이제는 제주인의 부정적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아쉽게도 이 말은 지금도 유효하게 쓰고 있어서 이 말에 대한 평가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그런데 제주인들은 남들이 규정해 놓은 '배타성'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수긍하는가이다.

외부인의 평가에 반기를 들고 싶었다면 개인이든 공동체이든 그 요인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만약 개인에 따라 '배타성'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 지금까지 제주인 전체의 특징으로 규정지어진 것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적어도 20세기 중반 이후 제주인의 특성으로 배타성이 고정화됐다고 본다.

이에 제주인들은 내부자로서 자신들을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인들이 규정해 준 특성이 정답인양 받아들이고 인정해 온 경향이 있다. 

그런데 '배타성'이란 단어는 사람들 사이에서 교감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배타적일 수는 없고, 상대에 따라 주변 환경에 따라 배타 정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지 적응하는데 장애물이 있으며, 우리는 이것을 배타성이라 부른다.

다만 배타 정도가 지역사회의 역사와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외부인의 시선으로 객관성을 띤다는 명분하에 단순히 한두 가지 잣대만으로 규정하는 것은 또 하나의 차별이 될 수 있다.   

외부인들은 제주, 제주인들에게 관대한 개방성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외부인들이 제주에 오면 제주라는 지역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편리하게 얻을 수 있어야 하고, 항상 얻을 수 있다는 수직적 사고(육지에서 바라본 섬의 나약함)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론 '제주인은 배타적'이라는 판단은 경험자의 말일 것이다. 그런데 그 배타성의 발생 요인이 객관적인지, 주관적인지, 정도에 차이가 있는지 등에 따라 구별해 판단해야 제주인과 외부인이 서로 존중하면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외부인의 시선으로 제주사회를 들여다보는 것을 뛰어넘어 제주를 아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배타성보다는 문화적 차이임을 알게 될 것이다. 다문화시대, 제주인은 배타적이라는 말의 의미가 문화다양성의 관점으로 이해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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