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1천억원을 넘은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잔고가 증권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오는 13일의 `더블위칭데이"(선물옵션동시만기일)를 앞두고 주식시장은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매수차익거래잔고 청산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중엔 풍부한 유동성과 투자분위기 고조 등 증시주변여건을 들어 큰 충격없이 선물.옵션만기일이 지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외국인의 매수세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의외로 주가가 큰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비대해진 매수차익거래잔고
지난 7일 기준 매수차익거래잔고는 1조1천865억원이다. 이같은 매수차익거래잔고 규모는 작년 8월9일(1조5억원)이후 최대치다.

매수차익거래잔고는 지난달 28일 8천318억원으로 증가했다가 더블위칭데이를 의식한 기관들이 점차 물량을 줄여 지난 4일엔 5천863억원까지 감소, `소프트랜딩"의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이후 갑자기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매수차익거래잔고가 급증한 것은 선물이 고평가되고 현물이 저평가되는 `콘탱코"상태가 지속되면서 프로그램 매수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물량이 선물.옵션 동시만기일까지 매물로 출회돼 청산되든지 아니면 다음 선물.옵션만기월인 내년 3월까지 `롤오버(만기연장)"돼야 한다는 점이다.

만기일이 며칠 남지않아 1조2천억원에 가까운 매수차익거래잔고가 단기간에 매물로 쏟아질 경우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 반면 내년초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만기가 자연스럽게 연장돼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소프트랜딩" 전망속 우려도 만만치 않아
전문가들은 일단 매수차익거래잔고의 절반인 5천억∼6천억원 정도는 매물로 출회되고 나머지는 `롤오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초의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관이 많아 만기연장 물량이 적어도 절반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체 물량의 절반이 시장에 나올 경우 현재의 시장체력으로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LG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98년말과 99년말에도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잔고가 1조원을 넘었으나 큰 충격없이 만기일을 넘겼던 점을 고려하면 강세장인 이번에도 무리없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소 황성윤 시황팀장은 기관들이 선물.옵션만기일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차익거래잔고를 늘렸다는 것은 내년초의 시장을 긍정적으로 예상, 롤오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어 갑자기 매도물량으로 쏟아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도 시장이 현재 안정적인 모습인데다 예측이 어느정도 가능한 상황이어서 매수차익거래잔고의 상당부분이 롤오버될 가능성이 높아 급박한 청산으로 인한 시장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매수지속 여부가 관건
소프트랜딩의 관건은 다음주초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느냐 여부지만 지난주말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선데다 미국증시가 조정을 받았다는 점이 걸린다. 최근의 지수 급등도 부담이다.

현재 현.선물 가격차인 시장베이시스 폭이 `1" 미만으로 매우 좁기 때문에 시장상황이 조금만 악화돼도 `백워데이션"으로 변해 프로그램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프로그램 물량은 대부분이 지수관련 대형주여서 종합지수에 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것이 개인이나 기관의 투자심리를 악화시켜 매물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질 경우 단기적으로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로그램 물량이 나올 경우 이를 소화할 수 있는 매수주체가 현재로서는 외국인밖에 없지만 지난주말 별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 880억원을 순매도한 것에서 보듯 차익실현 욕구를 드러내고 있어 매수지속을 장담할 수 없다.

삼성증권 김도현 수석연구원은 현실적으로 프로그램물량이 쏟아질 경우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은 외국인밖에 없으나 지난주말 순매도와 미국 증시의 조정을 감안할 때 매수를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LG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도 강세장이어서 큰 걱정은 안하지만 최근들어 외국인의 현.선물 매매강도의 편차가 워낙 커 단기적인 조정 분위기와 매수차익거래잔고청산이 맞물릴 경우 의외로 장에 큰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수차익거래잔고 청산이 시장에 충격을 줘 지수가 밀릴 경우 그동안 시장참여 여부를 저울질하던 투자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프로그램 매물이 지수관련 대형주에 집중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경우삼성전자, SK텔레콤, 포항제철, 국민은행 등 핵심 블루칩을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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