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한의사·제민일보 한의학자문위원

옛 사람들은 질병을 어떻게 인식했을까?

의(醫)자는 무당(巫)과 관련 있으며 귀신이 질병을 발생한다고 여겼다. 중세에 흑사병을 악마와 밀접하게 바라보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을 초자연적인 현상과 분리시키고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을 도입해 4체액설을 주장한다. 비슷한 시기에 동양의 의사들은 황제내경을 통해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음양오행이라는 언어를 사용해 인체를 설명하고 질병 예방(養生)을 연구한다. 

후한 말 전염병이 창궐해 중국 장사성 태수 장중경 일족의 3분의 2가 죽었다. 그는 병이 발현되는 인체를 표와 리로 구분하고 그에 따른 한열 편차를 연구해 상한론이라는 저서를 남긴다. 최근 중국 연구 중에서 상한론에 기록된 질병의 전변과정이 장티푸스 전염병과 유사함을 밝힌다. 또한 상한론에 근간한 일본의 황한의학은 병을 유발하는 독(毒)과 그 소재에 집중한다. 

상한론에 내포된 균형론적 시각은 한국의 사상의학에 흡수된다.

'질병'에 따라 6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상한론은 '질병에 걸린 사람의 장부 대소 기능'에 따라 기액과 수곡을 흡수·배출하는 불균형을 조절하는 사상의학으로 발전한다. 더불어 상한론의 한계를 넘어 청대 의가들의 장점까지 흡수하고 일부 실체론적인 관점까지 포용했다. 무엇보다 사람의 몸과 마음에 대한 통합적인 시각을 확보해 전인치료의 기준을 제시한다.

통상적인 의학의 우수성은 부인할 수 없지만 전체적인 관계와 밀접한 면역, 호르몬, 신경계 및 대사성 질환과 기후의 온난화, 육식, 스트레스가 일상화 되는 현 시대에 균형론적 시각을 가진 통합 의학과 심신의학은 주목받고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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