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대사회에서는 몸의 병 못지않게 마음의 병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은 일생동안 1번 이상의 정신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무려 12년째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는 적극적인 자살예방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보건복지부는 제78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핵심은 정신건강센터 접근성과 의료서비스 개선 등으로, 정부는 2014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27.3명인 국내 자살률을 오는 2020년까지 20명으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자살률 1위인 반면, OECD 국가 중 항우울제 복용율이 두 번째로 낮다는 점을 꼽는다. 또한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정신건강 문제 해결의 핵심은 환자 개인에게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좋은 서비스가 제공되고 치료비가 낮아져도 환자 스스로가 정신문제가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부정하려고 하거나, 치료를 회피하면 정부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신문제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부터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상황 나아지는 중…정책이 도움 될 것" 

이와 관련해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은 "이는 문화의 문제다. 20년 전에 비하면 현재 국내의 인식은 많이 좋아진 상태다. 정신과를 찾는 내원자 중 80%가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방문한다. 잠이 안 온다, 불안하다, 우울하다, 남편과 갈등이 있다 등 이유는 다양하다"며 "정부 정책을 통해 정신과 치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개선되고, 정신건강 진료를 보다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 문화에서 배워야할 부분은 참고해야" 

정신과 진료에 대한 인식개선이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규섭 국립정신건강센터 원장은 "인식개선은 어려운 문제다.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원장은 외국의 경우 사람이 살다보면 우울할 수도 있고, 우울은 뇌의 기능과 연관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우울은 '마음이 약해서'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많다. 또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정신건강 관련 교육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건강교육에서 정신건강은 빠져있다. 따라서 하 원장은 이러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원장은 "외국에서는 우울증, 조울증, 치매 등 사회적 난관을 극복하는데 정치인, 영화배우, 유명인 등 공인이 당당하게 밝힌다. 우울증이었는데 치료받고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고 커밍아웃한 사례도 많다"며 "모 연예인이 공황장애라고 밝히는 것이 화제가 되더라도, 이것이 치료로 연결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정신진료에 대한 인식개선이 긍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하 원장은 우울증이나 불안증 등에 걸려도 그런 적 없다고 말하거나 숨기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 원장은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하고 표현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며 "정신과 진료에 대한 인식이 쉽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의료계와 정부가 노력하고 국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회 각 분야가 함께 해결해 가야할 문제" 

이번 정책 발표 관련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차전경 과장은 "이번 대책과 함께 인식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정신과 진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관련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과장된 공포감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는 등 정부도 다각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며 "올해는 홍보캠페인에 초점을 맞추고, 언론과 종교, 교육계와 기업 등 사회 각 분야의 협력으로 해결책을 적극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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