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전 동국대 교수 학장·이학박사·논설위원

'청소년층 비만비율에서 전국최고'라는 기사를 읽었다. 제주도가 결코 자랑스러운 위치에 있지 않으며 미래에 대한 '어두운 그림자'를 예고하는 장면이다. 고혈압 등 현대사회가 갖는 질병이 '비만에서 시작'되는 이런 상황에서 '미래를 기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근본에서 굶주림에 허덕였던 예전과 달리, 풍요로운 시대를 맞이한 환경변화와도 관계된다.

제주도는 예전부터 '지척민빈'으로 표현하듯, 땅이 척박하고 주민들은 가난에 허덕여 왔다. 들이는 공력에 비해 수확이 작은 것도 여기에 근거해왔다. 그래서 제주도가 '떠나는 섬'으로 대외에 알려져 왔다. 이런 사실은 '신화를 남긴 섬'에서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섬 처자들은 늘상 제 섬을 떠나고 싶어 육지를 그리워하다 누군가 섬에서 데리고 나가주기만 하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덥석 배를 타고 나선다'. 제주도의 자존심을 흔드는 표현이더라도, 과거에 있었던 실제의 상황임을 부정하지 못한다. 그만큼이나 '암담한 시대'에 살아온 것이 앞선 세대였다.

이것은 궁핍에서 오는 욕구불만을 낳게 했고 이런 생활습성은 자녀들에게 폭식까지 허용하는 '잘못된 생각'을 낳게 했다. 그래서 과거 세대는 올바른 절식마저 '배역의 논리'에 젖어들 정도로 고정관념에 젖어있었다. 참다운 자식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데서 오는 근시안적 모습이었다. 

자식사랑은 무조건하고 수용하는 데만 있지 않다. 조선조를 통해 명재상으로 알려진 '황희정승의 자녀교육방침'을 조명하며 귀감으로 여길 때다.

이런 방침을 압축한 것이 '은위병행'에 있다. 은혜를 베풀면서 다른 한편으로 위엄을 잃지 않은 일이다. 자식이 귀엽다고 한들 무조건의 수용과 차별해 온 점에 있다. 이것이 '사랑의 매'이며 전통교육에서 중시해온 '응징과 격려'이다. 하지만 가족 계획시대를 맞이해 모든 자녀가 왕자와 공주처럼 '일시에 귀인자리'에 올라앉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랑의 매를 드는 부모'마저 자취를 감출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불타는 과욕에 못 이겨 과외와 입시로 인한 청소년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늘게 됐다. 이것이 폭식과 과식을 부추겼고, 이런 부정적 생활습관은 비만증만을 '촉발'하는 결과를 낳게 했다.

인간의 육체는 순환체계를 중시하는 '생물의 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활동량에 비례해 에너지소모는 많아지고 보충방법인 '정기적 음식물섭취'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알맞은 음식과 '적정수준'을 유지할 때 신진대사를 통한 에너지보충이 가능하다. 

선진화 사회는 '의도적 음식조절'까지 생활화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에 치우치면서 자제력이 부족한 청소년에게 '보호자의 돌봄'이 필요하며 그것은 감성을 앞세우는 모성본능보다 '아버지의 이성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아버지인 황희정승도 때로는 냉혹할 만큼이나 자녀는 물론이고 주변사람에 이르기까지 잘못에 대해 질책과 합당한 처벌도 외면하지 않았다. 관대함과 자비로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현재보다 나은 미래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런 결과는 두 아들이 영의정과 우의정에 오르면서 역사에 남는 '인재 배출 집안의 명예'를 누리게 됐다. 이런 역사 교훈을 되새기면서 제주도민들의 자녀교육에도 반성의 기회를 갖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어려웠던 과거에만 집착한 채로 '일방적 사랑'과 수용만이 능사가 아님을 확인할 때가 됐다. 그리고 풍요롭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문화시대를 의식하며 여기에 부합되는 조절과 병행해 건강식에도 신경을 쓰는 '지혜로운 혁신자세'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게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시대상이 바뀌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체중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대응책을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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