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 탄핵안 처리 무산에 따른 여야의 대립 격화로 새해 예산안 처리 등을 앞두고 있는 연말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탄핵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은 자민련을 `민주당 2소대"로 격렬히 비난하면서 그동안 자제해온 충청권 공략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2야 공조의 붕괴속에 3당 관계 변화와 정치권 질서재편 조짐이 표면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9일 민주당과 자민련의 투표불참과 개표감표 불응에 대해 `의회주의를 파괴한 폭거"라며 양당 지도부의 사퇴, 신 총장 해임, 대통령 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특히 이번 탄핵안 개표 무산사태와 예산안 심의를 연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으로써 당장 10일부터 예정된 예산안 조정소위의 활동에 차질이 예상되며 임시국회 소집도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또 자민련과 공조의 끈은 유지하되 2야 공조가 사실상 붕괴됐다고 판단,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두당 관계가 악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조만간 김용환(金龍煥) 의원 지역구인 충남 보령.서천지구당 개편대회를 대규모로 여는 것은 물론 충청지역 주요인사들을 대거 영입, 충청권 공략을 본격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은 탄핵안 개표가 무산된 만큼 소모적인 정치 공세를 중단하고 조속한 임시국회 소집을 통해 새해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데 주력할 것을 제의했다.

민주당은 일단 10일부터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를 가동한 뒤 이달 중순이후 1-2주 회기로 임시국회를 소집하자는 입장이다.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새해 예산안과 적지않은 민생관련 법안이 정쟁 때문에 정기국회 회기내에 처리되지 못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임시국회를 빨리 열어 예산안과 민생관련 법안 등을 조기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도 "야당의 탄핵공세는 무산됐고, 기왕 탄핵안이 폐기된 만큼 더이상 정치적 공방에 매달리지 말고 임시국회를 빨리 소집해 예산과 민생을 챙겨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계속 임시국회 소집에 응하지 않을 경우 (여당) 단독으로 국회를 소집할 것"이라며 예산안 처리를 위한 자민련측의 협조를 기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는 "탄핵안 개표무산에 대한 여당의 사과 및 지도부 책임,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임시국회 일정을 협의할 수 있다"며 "임시국회일정이 합의되지 않는 한 예산안조정소위 활동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해 개표 무산과 예산심의를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예산안 처리를 계속 지연시킬 경우 비판여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판단, 대여 공세와 예산안 처리를 분리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되고있어 당내 조율결과가 주목된다.(서울=연합뉴스) 조복래 김민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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