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주 제주에코푸드 대표·논설위원

지난해 지자체마다 큰 이슈로 떠오른 것은 이른바 'SRF 열병합발전소' 건설이다. 버려지는 비닐·플라스틱·타이어 등을 잘게 절단해 제조한 '고형폐기물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가 그것이다. 사업자는 수백t의 합성 폐기물을 태워, 그로부터 전기와 스팀을 얻겠다는 것이다. 이 때 연료는 '신재생에너지원'이라고 무늬만 바꿔 그럴싸하게 부른다.

쓰레기는 태워도 그냥 쓰레기일 뿐, 단지 처리기술에 따라서 유독성분의 종류와 양이 조금씩 다른 정도다. 처리기술이 선진적이라고 말해보지만, 합성쓰레기에서 나오는 다이옥신·미세먼지·중금속 등 독가스가 우리가 숨쉬고 있는 공기중에 섞여 날아오는 것을 막기에는 한계있다.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관한법률' 제2조에 따르면, 주변 반지름 5㎞가 그 지원대상이다. 지원대상이라는 의미는 발전소로 인해 인근 주민에게 피해를 끼치기에, 유·무형의 피해 보상을 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최근 신제주에서 가까운 고지대에 고형폐기물 열병합발전소 건설계획이 알려졌다. 지난해 타도에 본사를 둔 모업체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발전사업 인가를 받은 후, 특수목적법인을 설립, 가동을 준비 중이고, 내년 3월이면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지도검색으로 거리를 측정해봤다. 발전부지에서 반경 5㎞에 이르는 여러 지역의 거리를 살폈다. 그 중에 바로 눈에 들어 온 것은 어승생 수원지다. 놀랍게도 그 발전소에서 불과 3.8㎞의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환경 관련 법에는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설비규모가 10만㎿ 이하인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해주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서는 한 업자가 9.9㎿로 신청해 법망을 비켜나가려다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인가된 신제주 열병합발전소는 6㎿로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돼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순간에 일이 추진되고 있었던 것이다.

발전소 부지는 해발 340m의 동산 꼭대기에 위치해있다. 거기에 폐기물연료를 태우는 높은 굴뚝을 뽑아 올리면 해발 400m의 상공이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감안할 때, 어승생 수원지가 오염될 것이란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곳은 해양과 육지의 비열차로 바닷바람이 월등히 센 곳이다.

주간에는 해양에서 어승생 아흔아홉 골 방향으로 해풍이 불고, 밤에는 어승생에서 신제주로 바람이 불어 내려온다. 이제 낮에는 폐기물 독성가스가 어승생 상수원 보호구역을 덮치고, 그리고 밤에는 신제주로 슬금슬금 내려간다는 것이다.

어승생 저수지는 10만 6000t을 대규모로 저장할 수 있는 제주도의 생명줄이다. 아흔아홉 골에서 어승생까지 이르는 지역은 용천수가 솟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제주도 상수원 보호구역 10곳 총면적 53만3600평의 75%(40만600평)에 해당하는 방대한 곳이기도 하다. 자칫 폐기물 소각에서 나온 다이옥신 등 유독물을 깔때기로 모으는 취약 구역이 될 수 있다.

지난해 5월초 사업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해안동에 추진 중인 전기사업허가서를 제출하고, 6월 허가를 받아냈다. 그 후 대기배출시설 설치, 폐수배출, 오수관로 설치 등에 대한 허가를 위해, 제주도 당국과 사업자 사이엔 여러 차례의 회신과 답신이 이뤄졌다. 이제 마지막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심의만을 남겨둔 상태이다.

독가스를 유발하는 발전소 건설에 대한 도당국의 일사천리 협조와 달리, 어승생 수자원 보호를 위한 검토의 흔적이라곤 현재까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주민들 몰래 쉬쉬하며 고형폐기물 발전소를 유치하려다 생명줄 어승생을 잡는 꼴이다. 심의위원회 위원들의 진지한 검토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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