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 좋다 1.'베스트탑마라톤클럽' 김선숙씨

사고로 뇌 다쳐 걷지 못하고 기억도 잃어
'함께 뛰자'며 손 내민 동료들과 재활 나서
2년 만에 건강 회복…"정말 뛰고 싶었다"

"걷지도 못하는데다 기억까지 잃어버린 저에게 동료들은 '함께 뛰자'는 한마디로 '기적'을 선물해줬습니다"

11일 제주시 사라봉에서 거칠지만 어딘가 모르게 간절한 호흡을 내뱉으며 한참을 달리던 김선숙씨(57·여)는 '잘 달린다'는 동료의 말에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2011년 지인들과 함께 도내 펜션에 놀러갔던 김씨는 숯 연기를 들이마시며 정신을 잃었다.

인천의 대학병원에서 치료 받으며 겨우 정신을 회복한 김씨는 오랫동안 비워둔 가게가 걱정돼 한걸음에 찾아갔다가 이내 가스난로 연기에 중독돼 또다시 쓰러졌다.

뇌를 다치며 기억을 잃게 된데다 대·소변을 가누지 못할 만큼 건강이 악화된 김씨는 결국 요양원에 입원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침대 위 생활을 해야 했다. 이 때 김씨의 손을 잡아준 사람들은 다름 아닌 '베스트탑마라톤클럽' 동료들이었다.

지난 2004년부터 베스트탑마라톤클럽에 가입해 활동했던 김씨는 동료들과 함께 뛰었던 마라톤만큼은 기억에서 지워내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의 몸 전체를 동료들에게 의지한 채 한 발 한 발 힘든 걸음을 뗀 김씨는 1년 만에 혼자 걸을 수 있을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희미했던 기억이 점차 뚜렷해지던 김씨는 '뛰고 싶다'는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재활에 고삐를 당겼고, 2년 만에 예전처럼 동료들과 뛸 수 있게 됐다. 

김씨는 "걷게 되자 정말 뛰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도와준 동료들에게 예전처럼 건강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사고 소식을 접했을 때 슬픔의 눈물을 흘렸던 동료들이 이제는 기뻐서 운다. 너무나 감사한 기적이다"고 말했다.

이제 김씨는 다음달 17일 열리는 '2016 평화의섬 제주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신발 끈을 더욱 세게 묶고 있다.

김씨는 "사고 전 제민일보의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했던 경험이 있다. 건강을 회복한 만큼 다시금 대회에 참가해 우승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며 "혼자 빠르게 달리다보면 결국 지쳐 포기하게 되지만 동료들과 발맞춰 뛰다보면 완주할 수 있다는 게 마라톤의 매력이다. 다시 뛸 수 있는 기적을 선물하기 위해 걷지도 못하던 나와 발을 맞춰준 동료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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