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사회부 한 권 기자

조선시대의 사관은 역사 의식이 철두철미해 그들이 쓴 사초는 임금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목숨으로 사초를 지키기도 했다. 자신이 써내려 간 한 글자마다 후대를 경계하는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이 올해 3·1운동 97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발간한 여성독립운동사 자료총서에 애국지사의 역사 기록이 뒤바뀌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가기록원은 역사적 자산인 기록을 후대에 남기기 위해 국가기록관리 정책을 총괄하고, 주요 국가기록물을 수집·보존·관리하는 대한민국 기록관리의 중추기관이다.

객관적 신뢰성을 갖췄다는 기관에서 제주출신 독립운동가의 판결문을 잘못 판독해 타 지역 출신 애국지사를 제주출신으로 자료총서에 수록한 일은 '실수'로만 보기 어렵다. 가뜩이나 그동안 검증에서 소외됐던 '여성 독립운동가'의 일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번 취재가 아니었다면 '오류'를 잡아낼 수 없었다는 현실이다. 

제주도정도 이같은 판결문 오류 사태를 인지하지 못한 데 따른 무관심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공헌한 애국지사들에 대한 예우는 물론 이들의 기록을 보존하는 일에 한치의 실수나 소홀함도 없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그들의 업적을 기억하고 올바르게 평가하며 이를 제대로 알리고 계승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이다. 애국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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