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문화센터에서 동화구연을 배우는 부모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아들의 교육환경을 위해 세 번이나 집을 옮겼다는 맹모 이야기는 아이들 교육에 대한 부모의 철학관을 그대로 반영한다.

 현대판 맹모들은 어떨까. 한국 교육의 유행을 선도하는 서울 강남의 맹모들에게 1∼2년 교육과정을 앞서서 가르치는 선행학습이나 조기유학은 이미 옛날 교육법.

 이미 10년 전에 서울 강남8학군을 중심으로 선행학습이 도입됐지만 제주에서는 아직도 이를 ‘별나라 얘기’로 보는 부모들이 많다.

 제주에도 일부 상류층을 중심으로 과외를 통해 특수고에 입학시키거나 선행학습을 일찌감치 도입해 중2짜리 아이를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 보내는 맹모도 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직접 공부하는 부모들이 있다. 이들은 세 번 집을 옮긴 맹모와 과외와 조기유학 등 물적 지원의 맹모들과 달리 아이들 교육을 위해 직접 책을 드는 이들은 행동파 맹모인 셈이다.

 ‘공부하는 부모들’은 대개 교원단체연합회 제주지부, 동화구연모임을 중심으로 한 모임이나 제주지역사회교육협회의, 학교 도서관, 문화센터, 동사무소 문화의 집, 교육박물관 등 부모교육을 정기 개설하는 기관 및 시설 등에 몰려 있다.

 부모교육시설인 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는 대화·독서·진로지도·학습지도·글쓰기 등 교육과정이 시리즈로 마련돼 있다. 부모 스스로가 자기학습을 할 수 있도록 체크 리스트·관찰·강의·토의·역할놀이·작업 기록지 등 다양한 교육방법이 도입돼 있다.

 신세계 문화센터에 마련된 동화구연이나 공작놀이에서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통해 과학적 지식과 독서지도를 할 수 있는 효과를 노린다.

 이들 부모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무얼까. 초등학생 아이 두 명을 자녀로 두고 있는 고숙경씨(38)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교육시키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교육을 받기 시작했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어요”

 부모들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학습에 대한 전문적 지식보다는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법을 배운다. ‘학원 가라’고 외치는 부모들의 주입식 교육보다는 앞에서 행동하고 실천함으로써 직접 아이들이 따라 하게끔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학습지도도 1∼2년 앞질러 가는 선행학습이라는 개념이 없다. 우리 아이가 어느 수준이며 어디까지 배워야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싫증을 내지 않을 것인가를 아는 것, 즉 아이의 학습능력을 파악하고 그 수준에 맞게 예습·복습 등을 적용시킨다.

 과외와 학원을 통해 예습과정을 무조건 익히게 함으로써 오히려 아이들의 의욕마저 떨어뜨리는 것이 가장 치명적인 교육의 오류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명혜 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강사는 “단순히 아이들을 엘리트로 만들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것과 부모들의 과욕을 버리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바로 부모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했다.<글=김미형·사진=김대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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