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불패' 주택시장 2. 부담 증폭 효과

매매·전세·경매까지 기록 고공행진 경쟁
수급 불균형 악재 등' 전·연세 난민' 속출
공시지가 전국 최고…추가 상승 등 불가피

직장 이전으로 2013년 제주에 내려왔던 이선태씨(가명.38.도남동)는 올 초 이사 전쟁을 치렀다. 주거지원비까지 동원해 노형동에 아파트 전세를 구했는데 올해 집주인이 보증금을 8000만원이나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지만 동내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들은 주변 시세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씨는 "아이 전학이 고민되기는 했지만 예산에 맞춰 집을 구할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일 정도"라고 말했다.

# 8억짜리 아파트, 평당 1000만원 다세대
올 초 이사집중기를 전후해 주택시장에 휘몰아친 가격 인상 바람의 후폭풍 중 하나다. 많게는 '1억원'이상 보증금이 올라간 사례도 있다. 그마저도 없어서 못 구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지역 주택 시장 분위기가 흉흉하다.

심지어 지난해 내내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인 뒤끝이라 파장이 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제주 아파트 호가는 지난해만 49.4% 급등했다. 실제 호가 수준에서 매매되는 경우는 없지만 올 들어 사상 '8억원대' 아파트 실거래가가 등록되는 등 아파트 '광풍'의 진원이 됐다.

제주 집값(실거래가 기준)은 2011년 이후 연평균 10%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만 전년 대비 18.0%나 급등했다.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21.0%나 뛰었고 다세대주택 매매가격 상승률도 20.4%나 됐다.

앞서 이씨의 사례처럼 제주에서도 '전.연세 난민'이란 말이 공공연할 만큼 돈에 맞춰 주소지를 옮기는 사례도 속출했다.

지난해 제주지역 주택 전세금 상승률은 5.32%, 이중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은 10.17%로 서울 다음으로 높았다. 준공도 되지 않은 단지형 빌라에 5000만~7000만원의 웃돈이 붙은 것도 모자라 사전분양까지 이뤄지는 등 웃지 못할 일도 비일비재했다.

# 없어진 집 11배 '새집' 등장
집값만 오른 것이 아니다. '땅값'역시 이에 질세라 속도를 냈다. 국토교통부의 표준지 공시지가를 보면 제주 상승률은 19.35%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만 9.20%나 오른 상황에서 다시 오르면서 1㎡당 표준지 평균 가격이 지난해 5만1304원에서 올해 6만1196원으로 1만원 가까이 올랐다. 자고 나니 '몇 억씩 뛰었다'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다.

2014년 이후 중국인 등 외국인 토지매입과 관광산업 호조, 혁신도시 이전, 국제자유도시 추진 등에 따른 수요 증가 등 원인은 다양했지만 이를 주도한 것 중 하나가 '주택'이었다.

지난해 제주 지역 주거용 건축허가 규모는 8170동.199만5459.2㎡로 전년 4090동.105만52.4㎡와 비교해 갑절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전체 건축허가 동수가 1만2224동으로 전년(7938동)대비 53.9% 증가한 영향이 컸다. 멸실 주거용 건축물(729동.4만5312.5㎡)의 11배가 넘는 '새집'이 지어졌다.

땅값이 오른 만큼 집값도 올랐다. 올 초 제주시에는 아파트에 이어 3.3㎡당 1000만원대 다세대주택까지 등장했다.

'자투리'라도 가지고 있으면 돈이 된다는 분위기로 제주 경매시장까지 들끓고 있다. '주거시설'은 나왔다 하면 주인이 나서는 상황인데다 토지도 지난해 12월 경매통계작성(2001년 1월) 이후 최고치라는 평균낙찰가율 224%를 기록했다. 앞서 기록인 7월 169.7%도 제주에서 만들었다. 올 들어서도 감정가의 5~6배에 낙찰되는 땅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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