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에서도 이제는 교통지옥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제주시내 간선도로와 연삼로, 연북로 등 교통량이 많은 곳은 출·퇴근시간대는 도로가 아니라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차량이 엄청 밀리면서 시간·경제적 부담 외에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회적 비용도 수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더 이상 차량이 느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중형자동차를 대상으로 하는 차고지증명제 시행 시기가 내년 1월1일로 다가왔다.

제주도에 따르면 차고지증명제는 2006년 4월 제정된 '제주도 차고지증명 및 관리 조례'에 따라 대형차는 2007년 2월1일(제주시 동지역), 중형차는 2009년 1월1일(〃), 소형차는 2010년 1월1일(도 전역, 중·대형차 포함)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대형차는 예정대로 시행된 반면 중형차는 2012년 1월1일, 2017년 1월1일로 두 차례 연기됐다. 소형차는 2015년 1월1일, 2022년 1월1일로 미뤄졌다. 제주도의회가 '기반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조례를 개정, 시행시기를 늦췄기 때문이다.  
이렇게 도의회가 차고지증명제 시행 시기를 미루는 동안 도내에 등록된 차량은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도에 따르면 차고지증명제 시행 직전인 2006년말 현재 22만2025대이던 차량은 2015년말 현재 43만5015대로 95.9% 증가했다. 특히 제주시지역은 15만8926대에서 34만8784대로 119.5%나 불었다. △인구 1명당 자동차 0.697대(전국 평균 0.407대) △세대당 자동차 1.693대(0.999대) △1명당 자가용 0.542대(0.381대)로 전 부문 전국 1위다.

자동차가 이렇게 폭발적으로 는데 대해 도의회에도 일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7년 2월 대형차 차고지증명제 시행을 앞둬 제주시는 홍보자료를 통해 "제주도가 인구당, 세대당 자동차 보유대수 전국 1위"라며 "자동차 증가대수에 비해 각종 기반시설(도로·교통·주차시설 등)이 부족, 교통 및 주차난 심화 등 교통환경이 점차 열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섬이라는 한정된 지역적 여건을 고려할 때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4~5년 이후부터는 자동차로 인해 차량 및 사람 통행을 위한 도로기능이 상실돼 막대한 재정을 투자하더라도 치유하기 어려운 더 많은 고통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가 당시에 비해 거의 갑절로 늘어난 지금 제주시의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다.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는가 하면 시가지는 물론 읍면지역 주택가까지 불법 주·정차가 일상화하고 있다. 

애당초 도의회가 내세운 기반시설, 즉 개인이나 도 및 행정시에 의한 주차시설 확보는 불가능한 요구였다. 결국 유권자 민원을 의식한 도의원들이 별 대안도 없이 조례를 개정하는 바람에 허송세월만 한 셈이다. 1·2차 조례 개정(2008년 12월, 2011년 12월) 이후 기반시설 확충에 사실상 무관심해온 도의회가 이번에도 차고지증명제 확대 시행에 제동을 걸지 주목된다. 

현재 자동차 증가 추세대로라면 1600㏄ 이상 중형차 차고지증명제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2022년 1월로 잡힌 제주도 전지역 시행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노선이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돼 시민들에게 자가용 운행을 권하는 대중교통 체계를 대폭 개선하는 한편 공영주차장 유료화, 1가구 2대 이상 구입시 취·등록세 중과세 제도 부활 등 자동차 증가를 막기 위한 모든 대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긍극적으로는 싱가포르와 같이 차고지증명제를 전제로 하는 차량총량제를 시행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자동차 보유 자체를 금지하는 것도 아니고 자동차 신규·이전 등록 시 차고지증명서를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제도 정도는 이제 수용할 만한 시기가 되지 않았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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