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제주, 아시아 크루즈 허브' 현실은

20일 낮 12시 출발 예정이던 초대형 크루즈선 '마리너 오브 더 시'호가 출국 수속 지연으로 1시간 늦게 출항했다. 사진은 '마리너 오브 더 시'호 승객들이 출국 수속을 위해 긴 행렬을 이루고 있는 모습. 고경호 기자

출입국 소요시간 축소 등 대책마련 불구 개선은 전무
인력·장비 보강 미흡에 별도 입국장 시설은 내년에야
농·수·축산물 배급 흐지부지 등 경제 활성화도 "글쎄"

지난해 제주도는 '제주수산 선진화 원년'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크루즈 산업 육성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올해 역시 전년 대비 94.3% 급증한 554항차의 크루즈를 수용키로 하는 등 '아시아 크루즈 허브항'으로서 제주의 위상을 확립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출입국 수속 지체는 물론 부족한 인력과 장비가 개선되지 않는 등 내부 인프라 정비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입국장 신설·인력 보강 '감감'

지난해 10월 문을 연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은 개장 한 달 만에 출입국 대기 시간 장기화 등의 문제를 노출했다.

출국장에 설치된 보안검색대는 단 3대에 불과한데다 청사 1·2층에 출국자와 입국자 수천명이 엉키는 등 수속 자체가 혼잡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는 지난해 11월 보안검색대와 요원을 추가 배치하고 입국장을 별도로 설치해 동선을 분리키로 하는 등 크루즈관광객들의 불편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제주 방문 크루즈가 갑절 가까이 증가한 올해 역시 출입국 지연이 반복되는 등 개선 대책이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실제 국립제주검역원은 터미널에 총 4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검역에 나서고 있지만 담당 직원은 단 3명으로 타 부서 인력까지 동원하고 있다.

제주세관 역시 입국장에 3대의 엑스레이 검색기를 운영하고 있지만 극심한 인력난으로 평상시에는 1대만 가동하고 있다.

그나마 도가 다음달 보안검색대와 요원을 추가 배치할 방침이지만 CIQ 기관들의 인력·장비 보강 없이는 운영난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0일 초대형 크루즈선 '마리너 오브 더 시'(13만8000t)를 타고 제주를 찾은 관광객 3500여명이 관광을 마친 후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로 모였지만 출국 수속이 늦어지면서 당초 출발 시간보다 1시간 지체된 오후 1시에야 출항할 수 있었다.

사진=고경호 기자

크루즈관광객들의 혼잡을 해소하기 위한 별도의 입국장은 내년에야 완공될 예정이다.

비관리청 항만공사 시행사인 제주관광공사는 다음달에야 입국장 신설 계획서를 도에 제출키로 하는 등 아직까지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결국 크루즈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 확충과 인력·장비 보강 등의 개선은 사실상 전무, 항차 늘리기 등 양적 성장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상권 연계도 '흐지부지'

최근 도와 제주관광공사가 발표한 '2015 제주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크루즈관광객들의 평균 제주 체류시간은 5.94시간으로 전년 7.12시간에 비해 16.5% 급감했다.

또 관광객들이 주로 찾은 쇼핑 장소는 신라면세점(39.2%)과 롯데면세점(31.4%)으로 집계됐다.

질적 성장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체류시간은 감소하고 있는데다, 지역상권 활성화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쇼핑 장소는 시내상점가(6.5%), 전통시장(4.1%) 보다 면세점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는 '선석 배정권'을 활용해 제주 체류시간을 최소 8시간 이상으로 확대하고 크루즈관광객 중 20%는 전통시장 등 지역 상권과 유료관광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선사와 여행사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선석 부족으로 수요가 더 큰 현재와 달리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과 제주신항 개발로 선석이 확대될 경우 사실상 선석 배정권을 통한 협상 우위를 점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지역상권 연계 방안이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는 지난 2013년부터 대외수출 진흥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주산 농수축산물을 크루즈에 공급하고 있지만 양배추와 무, 넙치, 톳, 계란 등은 지난 2014년 이후 제공이 끊기는 등 흐지부지 되고 있다.

크루즈 여행업계 관계자는 "신축 크루즈터미널 대부분은 항구와 최대한 인접하게 짓는데 제주항은 멀리 떨어져 있다. 출입국 심사 역시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접안시설과 가까운 곳에서 실시하고 있는 데 제주는 정반대"라며 "환전소는 오후에 문을 닫아 관광을 마친 후 남은 돈을 환불하지 못하는 등 관광객들의 불편이 크다. 결국 터미널은 설계에서부터 문제가 있는데다, 완공 후에는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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