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 제주대학교 교수·논설위원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직관(直觀)'이라 할 수 있다. 이 말뜻은 논리적으로 혹은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나 경험이나 관찰에 의해 효율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지능을 가진 인간이 유일한 직관을 가진 존재로 알려져 있었다. 인간은 이런 직관을 통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는 바둑, 장기, 체스 등의 게임을 즐겨온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직관이 컴퓨터가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 1997년에 일어났다. 그해 미국의 한 컴퓨터 회사가 만든 'Deep Thought'라는 프로그램이 당대의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일방적으로 꺽은 것이다. 

20년이 지난 요즈음 갑자기 세계적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한국,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수천 년간 내려오던 동양중심의 게임인 바둑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서구지역에서는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놀이다. 서구지역은 오히려 우리나라의 장기와 비슷한 체스를 즐긴다.

그런데 이런 서구에서 바둑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바둑대회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회가 바로 인간고수와 기계의 대결로 관심을 집중시킨 '이세돌 9단 vs 인공지능(알파고)' 간의 대국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알파고가 이세돌을 4대1로 이기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1997년 체스대결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체스의 경우의 수에 비추어 거의 무한대라고 할 정도이다. 신문지상에 보면 '우주에 있는 원자 수보다 많은 경우의 수'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인간이 가진 직관만이 해결방법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이를 컴퓨터의 계산을 통해 구현되는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의 직관을 능가한 것이다.

인공지능이 이처럼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학습'이라는 인간의 지식습득과정을 모방한 결과다. 인간의 경우 기본적인 지식을 얻고 난 후에는 사물을 관찰하거나 다양한 예제를 통해 스스로 학습한다. 이를 컴퓨터가 따라하게 함으로써 인간과 같은 직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의 인공지능에서는 어떻게 컴퓨터를 학습시킬 것인가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 알파고를 구현하는 방법은 이미 1980년대 후반에 나온 기술이며, 관련 분야에서 연구를 해 왔던 것들이다. 이런 알파고에 직관을 부여할 수 있었던 것은 알파고에 최적화된 좋은 학습기회를 부여한 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바둑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컴퓨터에 어떻게 학습시킬 것인가에 대해 계획하고, 실제 알파고의 학습과정을 지켜보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쳐주는 작업을 한 사람들이 오늘의 알파고를 만든 것이다. 

알파고를 통해 얻은 결론은 발전과 진보를 위해서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인재나 작품이 나타나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통찰력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제주사회에는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많은 인재 양성기관이 존재한다. 

또한 이곳에 있는 젊은이들의 역량 역시 뛰어나다. 그러면 이들을 알파고로 만들기 위한 요소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바로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리드해주는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이 지도자는 개개의 사람일 수도 있지만, 제주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젊은이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역 환경을 구성해주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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