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국 이사대우·정치부

오는 4월13일 치러질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한민국 정치가 시끄럽다.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던 상향식 공천의 초심은 여·야 모두에게서 실종된 모습이다. 오히려 여·야 중앙당의 지역구 후보 공천과정에서 심화된 계파간 대립·분열은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공직선거제도까지 무력화시킬 만큼 가공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당내 공직후보자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계파간에 구체적인 설명 없이 상대방을 헐뜯으며 갈등을 빚은 결과 국민의 정치 불신은 물론 국력까지 낭비하는 소모전을 낳았다.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공천'(公薦)제도가 국민의 눈 높이에서 민심을 반영해야 민주주의를 실현할 꽃을 피울수 있지만 계파간 이해다툼의 '사천'(私薦)으로 변질, 제20대 총선은 여·야간 본선 경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막장 공천 드라마'란 오명을 낳았다. 

여·야가 당내 후보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막장 공천 드라마'는 내일(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공식후보등록을 시작으로 국회의원 3명을 선출할 제주 총선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오는 31일부터 4월12일까지 이어질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여·야와 소속 출마후보·지지자들이 상대방을 헐뜯으며 대립·분열하면 국력을 소모시킨 중앙당발 공천 파동처럼 제주공동체를 붕괴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도민사회는 선거일이 임박한 현재의 상황에 대해 "정당·후보는 있어도 유권자는 없다"고 진단하면서 냉소적인 분위기가 팽배한게 사실이다. 

어쩌면 제20대 총선을 둘러싼 여·야의 당내 공천 갈등은 유권자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4년전 정치인을 가장한 정치꾼들의 활개에 눈 감은 결과 오늘날의 막장 공천 드라마를 초래했다는 의견이다. 출마 당시 국민·국가의 공익을 위해 헌신하겠다던 일부 후보들이 당선후 사리사욕·당리당략에 매몰된 정치꾼으로 전락한 결과 국내 대기업 총수가 10여년전 "한국정치는 3류"라고 말한 발언도 여전히 유효하다. 

제주총선이 여·야의 막장 공천 드라마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지역발전의 일꾼을 천거할 정치축제로 승화시키는 책무가 정당·후보·지지자들에게 1차적으로 요구된다.

정당·후보들이 당선에만 급급해 말과 처신, 행동을 함부로 하면 민주주의의 꽃을 활짝 피울 공명·정책선거는 커녕 도민들만 회복할수 없을 만큼 깊은 상처를 입고, 제주공동체의 분열상도 깊어진다.

선거가 도민의 다양한 의사를 확인하고 조정·통합하는 기능을 발휘함에도 예전 선거처럼 정당·후보·지지자들이 정책 대결은 외면한 채 비방·흑색선전의 주장만 되풀이하면 제주공동체의 대립·분열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제20대 제주총선이 정파나 당파성을 초월해 국가·제주발전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유권자는 일꾼을 천거할 주권 행사와 동시에 후보들의 선거 지출비용을 부담하는 책무도 지고 있다.

2006년 도입된 선거공영제로 후보들은 공식선거기간중 지출한 비용을 자신의 득표율에 따라 전액이나 절반을 유권자들이 낸 세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기에 세금을 효과적으로 쓰려는 도민들의 납세의식 발휘가 요구된다.

정치축제의 주인공은 유권자이고, 정당·후보는 초대받은 손님에 불과하기에 공명·정책선거를 외면한 정치꾼들에 대해서는 냉정한 심판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가 오늘 겪는 고통이 어제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처럼 20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또다시 정파나 연고주의에 얾매여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사리사욕을 위해 국민과 나라를 우롱하는 불량후보만을 뽑게된다. 유권자들이 잘못된 선택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구실로 불신의 정치에 등을 돌리기 보다 당당하게 주권을 행사하는 정치축제장의 깨어 있는 주인공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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