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 시인 「조선과 일본에…」 한국어판 발간
해방부터 재일조선인까지 역사 굴레 속 삶 담아

스스로 '제주 4·3의 빚을 앞으로도 계속 짊어지고 가야할 사람'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제주4·3이 다가오면서 결국 제주에 먼저 도착한 것은 지난 세월 깊은 두려움과 후회로 완성한 한 권의 책이었다.

해방과 4·3, 그리고 '재일'이란 역사의 굴레속에서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 재일 1세대 김시종 시인(87)이 자서전 「조선과 일본에 살다」로 쓰라린 한국사를 이야기한다.

책은 제42회 오사라기 지로상을 수상한 「조선과 일본에서의 삶-제주도에서 이카이노로(이와나미신서)」의 한국어판으로 일본 아사히 신문사는 김 작가의 회고기에 대해 "가슴에 담아왔던 참혹하고 깊은 상처였던 4·3의 기억까지 정면으로 쓰고 있다"고 작품성을 높이 평가했다. 

책은 식민지 '황국소년'으로 맞이했던 8·15 해방, 남로당 활동과 제주4·3, 일본 밀항과 재일조선인 등 김 시인이 겪은 평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산폭도' 나부랭이의 한 사람이었던 내가 밝힐 수 있는 사실은 어디까지인가를 재차 직시하는 데 주력했습니다…"(본문중)

김 작가는 제주4·3당시 남로당 당원으로 성내 연락활동을 담당하다 일본으로 탈출한 과거가 있다. 역사의 한가운데 서 있었던 사람으로서 책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증언들은 생생한 역사로 눈길을 끈다. 

책은 후반부에서 재일조선인의 삶을 선택한 김 시인을 보여주며 도민들에게 한 인물의 평가와 그를 둘러싼 4·3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등에 대해 다양한 물음표를 던진다. 도서출판 돌베개·1만5000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