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장·논설위원

제주도는 신생대 제4기에 화산활동과 지각운동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제주의 대부분은 화산지형의 독특한 경관과 생태적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오름과 곶자왈은 제주의 화산지형을 말하는 대표적인 장소다. 

화산이 분출해 오름을 만들고 용암이 그 주변으로 흘러내려 곶자왈이라는 용암대지를 만들었으며 따라서 오름과 곶자왈은 동시대에 만들어진 형제같은 시대적 공동체이기도 하다. 이러한 오름과 곶자왈은 제주의 역사와 숙명을 같이 하면서 아픔과 다툼, 가난과 배고픔의 상징으로 우리 삶속에 자리 잡아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해안 마을에 위치한 오름과 곶자왈은 제주사람들의 삶의 질곡이 오롯이 남아 있는데 황무지 화산섬을 맨손으로 개척하며 가늘고 여린 삶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왔던 것도 우리 역사의 한줄 임을 부정 할 수 없다.

화산송이밭과 자갈투성이 곶자왈을 맨손으로 일구며 우리네의 삶을 유지시켜왔던 선조들의 노고는 아직도 오름과 곶자왈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불모지로 여겨왔던 곶자왈에서 부를 일궜던 흔적인 산전터가 그 역사를 말해주고 있으며 오름의 모습을 닮은 오름팟이 제주의 삶을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살기위해 땅을 만들고 생명의 씨앗을 뿌려 삶을 유지해 온 우리네의 지난 역사가 오름과 곶자왈에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오름과 곶자왈에는 다툼으로 인한 질곡의 역사도 남아있다. 삼별초, 목호의 난, 일제강점기, 4·3 등 제주의 아픈 역사가 그대로 원형을 유지하면서 남아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관계로 인해 오름과 곶자왈은 우리의 기억속에서 잊혀버리고 싶었던 장소로 여기는 세대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보면 오름과 곶자왈은 자연생태적 환경을 떠나서 제주인들의 삶의 정수리를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본다.

오름과 곶자왈이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는 달리 일반인들의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초반 부터다.

초기에는 오름을 찾는 탐방객들이 서서히 증가하면서 오름의 다양한 속살이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아울러 곶자왈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증가하면서 오름과 곶자왈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사회적 수면위로 부상했다.

오름과 곶자왈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소유와 개발이라는 측면과 공존과 보존이라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키면서 오랫동안 제주의 사회문제로 대두돼 왔다. 어쩌면 제주의 시회문제의 쟁점은 환경문제였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이러한 문제들은 제주인들의 의식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속에서 힘의 방향이 작용했으며 선순환과 악순환의 상호대립이 마치 전투를 하듯 치열하게 이어져 왔으며 그 와중에 우리의 에너지가 많은 퇴보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들어 오름과 곶자왈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오름의 도립공원 지정과 곶자왈의 생물권보전지역 확대지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오름의 도립공원 지정은 오름의 가치를 찾아내어 미래지향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하는 일이며 제주의 역사를 오롯이 보전하자는 취지이기도 하다.

또한 곶자왈의 생물권보전지역 확대지정은 아픔과 다툼의 질곡의 역사를 청정과 공존의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는 희망적인 신호들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연생태적 관점 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곳에 남아있는 제주인들의 얼과 혼을 담아내는 일이다.

제주의 탄생과 더불어 제주의 모든 역사를 품고 있는 오름과 곶자왈에 대한 겸손한 마음의 자세가 필요한 시기이며 이들의 효율적인 관리방안에 많은 사람들의 지혜가 모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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