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주 편집위원

2500년전 페르시아 제국은 말 그대로 대제국이었다. 당시 황제인 케르케세스는 젊고 영토 확장이라는 야망이 넘쳤다. 중동을 정복하고 그리스까지 넘보게 됐다. 케르케세스는 그리스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 국가 아테네로 사신을 보내 항복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그리스에서는 마치 분란이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일이 발생했다. 시민들이 광장으로 몰려들어 항복과 항전을 놓고 말싸움(논쟁)은 물론 몸싸움까지 벌이기도 했다. 이러는 과정에서 항복과 항전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이어 모든 시민들은 하얀색과 까만색 돌을 받고는 항아리에 돌을 넣어 다수결로 전쟁을 할지 항복을 할지 결정했다. 

이 같은 과정을 지켜본 페르시아 사신은 페르시아로 돌아가 황제에게 아테네는 투표로 모든 일을 결정하기 때문에 단합을 못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쉽게 정복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전쟁은 정반대의 양상으로 전개됐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자유인의 군대를 노예로 이뤄진 페르시아 군대로는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자기 결정권에 대한 책임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꼭 1주일 남았다. 오는 4월13일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앞으로 4년간 제주를 대표할 국회의원 3명을 선출한다. 도내 3개의 선거구에는 9명의 후보가 출마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들은 중앙과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여당 국회의원론을 내세우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 후보들은 이번 선거를 편가르기와 줄세우기, 패거리 정치부활로 규정하고 구태정치 청산과 심판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후보자와 정당은 물론 운동원이나 지지자, 도민들도 당락은 물론 정당지지도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선거에 앞선 걱정이 투표율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선 투표율은 16대(2000년) 57.2%, 17대(2004년) 60.6%였다. 18대(2008년) 때는 46.1%로 2명중 1명 이상이 투표를 하지 않았다. 19대(2012년)에는 54.2%를 보였다. 이번 총선은 19대 때보다 투표율이 조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선관위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9%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19대 총선 대비 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통상 투표율이 저조한 '2030 유권자'가 다소 변화하고 있다. 20대 미만 유권자의 적극 투표 의사가 19대 총선(36.1%) 때보다 19.3% 포인트 올랐고, 30대 유권자 또한 19대 총선(47.1%) 대비 12.5% 포인트 상승했다.

선관위 조사처럼 이번 총선 투표율이 제발 12년 만에 60%대를 기록했으면 좋겠다. 투표는 대의민주주의에서 시민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다. 프랑스 정치철학자 알렉시 토크빌은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했다. 정치권의 수준을 국민 수준이 좌우한다는 뜻이다. 링컨은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고 했다. 

투표는 선호하는 후보와 정당에 대한 승·패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정치권에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며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정치권은 투표하지 않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한 혐오나 투표할 만한 후보가 없다고 투표를 안하면 결국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그들의 의도대로 되어 버린다. 정치혐오는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철벽이나 다름없다. 

총선에서는 최선의 후보와 정당을 선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일 최선이 없다면 차선이라도 찾아야 한다. 차악과 최악 중에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 최악보다는 차악이라도 선택해 '나'와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공약을 면밀히 살펴보자. 후보들의 지난 행적을 통해 자질이나 능력을 따져보자. '권리 위에 잠든 자는 보호 받지 못한다'는 금언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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