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성 전 제주도의회 의장

4·13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이다. 제주는 3개 선거구에서 예선을 통과해 공천장을 받은 9명의 후보가 본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공적인 약속과 정책, 소신으로  유권자에 다가서고 있지만  여야 모두 계파의 이해와 갈등과 독선으로 얼룩진 정쟁의 회오리에 휘말려 정치 불신을 키워왔다.

여기에는 정치인의 책임이 크지만 그들을 선택한 유권자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 이번 선거에서는 도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참여해 정의를 바로세우는 희망의 선거, 화합의 선거로 이끌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잘못 간 길은 되돌아오면 되지만 사람을 잘못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갈등과 역사의 퇴행을 면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선거는 맹자가 말하는 대장부를 찾는 일이다. "백성과 더불어 걷는 자, 천하의 넓은 집(仁)에 살며, 천하의 바른 자리(禮)에 서며, 천하의 큰 길(大道)을 걷는 자.  설사 그 길을  얻지 못하면 홀로 그 도를 행하는 자" 그를  대장부라 했다.  화려한 공약과  현란한 말솜씨 등 외형만으로 옥석을 가릴 수는 없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역정, 즉 가족과 이웃관계, 고향과 지역에 대한 애정, 일상에 풍기는 인간미와 인간관계, 세금, 재산, 역량, 추진력, 병역 등을 정책과 함께 면밀히 들여다 봐야한다. 말하자면 평소 주민들 마음의 거울에 비처 지는 후보자의 모습, 즉 거리에 흐르는 평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후보들이 제시한 정책이 현재는 물론 먼 미래까지 후손들이 따 먹을 수 있는 과실을 맺을 수 있으며 실현이 가능한 정책인지 , 도민의 작은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 신뢰와 희망을 공감하는 정책인지, 아니면 폐형폐성(吠形吠聲)의 사자성어가 뜻하는 것처럼 당선만을 겨냥한 허무맹랑한 모방 정책은 아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와 같이 후보자의 인품과 제시된 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강조하는 이유는  마음이 바르지 못한 사람이 재물이나 지식이나 권리를 많이 얻게 되면 그것이 도리어 사회 패악의 씨앗이 되기 때문이다.

4·13 총선에서 만큼은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똑똑한 주인, 주인의식에 투철한  주인 됨을 재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1907년 일본의 어느 대학에서 있었던 일화다. 영국, 미국,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유학 왔기 때문에 화장실도 국가별로 사용했는데 중국 화장실이 가장 더러웠다. 그런데 제일 더러웠던 화장실이 가장 깨끗한 화장실이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대학 총장이 늦은 밤 학교를 돌아보는데 유독 불이 켜져 있는 방문이 열리며 한 학생이 걸레와 비누를 가지고 곧장 중국인 화장실로 가더니 비누칠을 하며 청소를 하는 것이었다. 이에 총장은 학생을 불러 "공부하기도 바쁠텐데 매일 이렇게 청소하니?"라고 묻자 학생은 "저는 중국 신입생인데 우리나라 화장실이 가장 더러워서 중국의 명예를 위해 매일 청소를 합니다. 이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하기로 결심했습니다"라고 답하는 것이다. 그 학생의 이름은 장개석이다. 중국인으로서 확고한 주인정신을 가진 이 학생은 훗날 총통이 된 것이다.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라는 순자(荀子)의 가르침 처럼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 유권자들은 평시 잔잔한 물결이지만 때로는 사나운 풍랑이 돼 배를 뒤 집을 수도 있음을 과감히 보여 줘야한다.

제주특별자치도 10년, 4월13일 총선은 새로운 도약과 추락의 분수령이다. 철저한 주인의식과 미래지향적인 선택으로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향기로운 냄새를 퍼뜨리는 향처럼 그렇게 일관되게 살아온 일꾼을 뽑아 역사의 쟁기를 몰도록 해야 한다.

주인의 마음으로 일하면 주인이 되고 머슴의 마음으로 일하면 계속 머슴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희망의 제주 미래의 모습은 투철한 주인의식과 아름다운 선택에 달려있음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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