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필 제주관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논설위원

4·13총선이 성큼 다가왔다. 피켓 든 지지자들의 인사세례와 로고송의 요란함이 이틀 후면 잠잠해지고 4년간 입법부를 이끌어 갈 인물과 다수당이 결정될 것이다.

고백하건데, 선거가 코앞인데 "꼭 투표를 해야 할까" 라는 회의에 빠져 있다. 투표권을 취득한 이래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고 기억한다. 초등학교때부터 참정권은 시민의 권리와 의무라 배웠다. 선출된 의원의 정치행위는 고스란히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터, 그러니 제대로 된 인물을 내가 선택한다는 자존심으로 선거에 참여했었다. 

18대국회는 동물국회, 19대국회는 식물국회란 평가를 받는다. 멱살잡이 아니면 놀고  먹었다는 말이다. 이런 말이 들려올 때만 해도 '저들을 뽑은 내 손가락을 원망'할지라도 투표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국민을 하늘로 받들 인물 잘 골라 국회로 보내면 뭐하나. 그 위에 그를 조종하는 권력이 있는걸. 국회가 해야 할 모든 결정은 정당에서 당론으로 정하고, 우리가 선출한 우리의 대표는 영혼 없는 거수기라는 것을 각 당의 공천과정을 통해 알게 됐다. 

정당별로 당론이 다른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국민을 위한 당론이 아니라 정당 지도자나 정당의 이득을 위한 당론을 갖고 온갖 투쟁을 벌인다. 민의를 대변하는 심부름꾼이 아니라 권력창출에 혈안이 된 패거리 하수인을 선출하는 것이 선거라면 투표를 포기하고 싶다. 누구를 위한 투표인가. 

정치공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선거는 공약도 가슴에 울림이 없다. 자신들의 이해타산을 하며 공천 분탕질 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정작 국민의 삶을 고민한 흔적은 찾기 어렵다. 그러니 날림·재탕에 포퓰리즘으로 가장된 약속뿐이다. 실현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도 글쎄다. 

노인기초연금 인상,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인하, 100% 국가책임 보육실천, 임대주택, 고교무상교육, 영유아 보육국가책임 등은 모두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사업이다. 재원 없는 공약의 혼란을 충분히 경험했건만 달라진 것이 없다. 

재원조달 방법으로 새누리당은 조세인상 없는 재원을 또 말하고 있다. 정부예산 증가분의 일부와 세출구조조정으로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대선 때와 비슷하다, 그래서 제대로 지켜졌나. 

국민의당은 복지예산의 점진적 증액을 들었다.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아 보인다. 

더민주는 법인세 정상화로 해결하겠다고 설명하지만 법인세를  증세하는 것만으로 복지 공약을 이행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당공약만이 아니다. 제주의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이행은 가능한지 조차 의문이다. 선거가 과열되며 상대후보 비방과 인신공격에 매달리는 모습은 가관이다. 안쓰럽기까지 하다. 

"지금이 올 단두대의 기회다. 국회를 통째로 없애버리고 새롭게 입법부를 구성하자"는 어느 논객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이 한 몸 던져 부작용과 왜곡을 낳고 있는 국회를 향해 투쟁하고 변화시켜 보겠다"라는 굳은 결기를 보여줄 용감한 후보는 없을까. 그를 위해 환호하며 투표장으로 나가겠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헌법 제1조 제2항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봉급을 주고 일을 시키는 일꾼들이다.

따라서 '주인'은 자신에게 최대한 이득이 돼 주는 '일꾼'을 선택해 계약을 해야 한다. 

오직 선거 때만 자유로운 국민이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노예가 된다는 루소의 굴레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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