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이사·논설위원실장

오늘(13일) 마침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을 맞았다. 12일 자정을 기해 모든 공식선거운동이 막을 내리고 이제 유권자들의 선택만 남았다.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 높으면 야당이 유리하다는 전통적인 해석과 관계 없이 역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투표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1948년 초대 때 95.5%에 이르던 투표율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46.1%까지 하락했다가 19대에서 54.2%로 간신히 반등했다.

이처럼 국회의원선거뿐만 아니라 전국동시지방선거도 50%대에 그치는 등 투표율이 저조하자 정부는 사전투표제를 도입하고 근무 중 투표시간을 보장하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투표율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이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높은 투표율을 통한 지지율 획득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의무투표제를 실시하는 나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10년에서 2015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해외연구관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최근 펴낸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연구 2015'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 중 26개국이 의무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벨기에가 1893년 세계 최초로 전국적인 선거에서 의무투표제를 시행했다. 질병이나 해외 출장 등 정해진 사유를 제외하고 투표 불참 시 1회 위반에 50유로, 두 번째부터는 최고 125유로까지 벌금이 부과되며 15년 이내 4번 불참할 경우 10년간 투표권이 박탈되고 공직도 제한된다. 

중남미에서는 우루과이가 1933년 쿠데타 이후 민주주의체제를 다시 정비하는 과정에서 1934년 도입했다. 종전 65~77%에 그치던 투표율이 벌금을 물리기 시작한 1971년 대통령선거에서 89%를 기록하는 등 의무투표제가 정치제도 안정성 구축에도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1924년 의무투표제에 동참한 호주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74%에 이를 정도로 의무투표제가 유권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2014년 의회선거에서 93.88%의 투표율을 보였다. 투표 불참자에게는 50호주달러의 벌금이 부과되며 벌금 미납 시 가산 차압이나 1~2일 정도의 구류에 처해질 수도 있다.

반면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이탈리아, 베네수엘라, 코스타리카, 멕시코, 칠레, 피지 등 의무투표제를 실시하다 폐지한 나라도 없지는 않다. 

의무투표제 찬성론자들은 투표는 시민의 책임이자 의무이며 선거에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주장한다. 또 정치적 관심을 유지시켜 다른 정치활동 참여가 활발해지고 투표 참여를 위한 별도의 비용이 불필요, 국가예산 절감에도 기여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투표 자체가 법의 규제를 받는 요건이 아니고 투표율이 높다고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되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묻지마 투표'로 인한 폐해도 지적한다. 

이같은 찬·반 양론 속에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나라들도 눈에 띈다. 이탈리아는 하원 총선거의 경우 선거인이 투표소까지 왕복하기 위한 국영철도 요금을 70%까지 할인하고 있으며 볼리비아는 2005년 국회의원선거에서 복권 추첨으로 경품을 제공했다. 일본은 지역 상점가가 투표확인증을 소지한 고객에게 상품 할인이나 경품 및 포인트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선거세일을 2013년 중의원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투표율 제고를 위해 의무투표제 도입이나 민간차원에서 인센티브 제공에 관한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당장은 단지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똑바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난 19대 총선 당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41.5%의 투표율을 기록한 20대 등 젊은층의 참여와 의지가 절실하다. 유권자들이 오늘 '종이 돌멩이'를 한없이 날림으로써 우리나라가 '헬조선'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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