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민심은 역시 천심이었다. 너무 구태의연한 비유가 아닐까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이 오래되고 짧은 격언만큼 이번 4·13총선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을 찾을 수 없다.

이번 총선에 당선된 당성인도, 혹은 아직은 국민의 선택을 받는데 실패한 후보들도 누가 승리했고 누가 패배했다고 말하기조차 버거운 엄중한 국민의 심판과 선택이 있었다는 점은 분명한 듯하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을 표로서 보여줬음은 물론 민주주의의 진전을 향해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

필자는 이쯤에서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복지공약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나눔문화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일단 이번 총선에선 사실 무상급식과 같은 새롭고 파격적인 복지공약은 없었다. 웬만큼 나올 복지정책은 얼추 선거판에 이미 깔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고, 비관적으로 보면 화려한 복지공약의 이면 속에 잘 안 지켜지는 공약으로 오히려 유권자들의 의심을 받기도 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4년 동안 당선인들이 발굴하고 연구해서 발표할 각종 복지공약과 정책이 튼실하게 지켜져서 우리 제주의 발전과 도민들의 삶 속에 조금이라도 윤택하게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 그럼, 복지공약이야 총선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의제이니 그렇다 치고 총선 직후에 웬 뜬금없는 나눔이냐?

그것은 바로 국민이 이번 총선을 통해 표출한 또 하나의 민심은 '나눔의 미학'을 사회적 소통 도구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첫째, 선거결과의 나눔이다. 전국 결과를 봐도 여소야대를 통해 대통령과 의회의 역할이 앞으로 어떠해야 하는지 나눠졌고, 제주 결과를 봐도 도지사와 지역국회의원들의 정당을 나눔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의 '협치'를 요구하고 있다.

둘째는 민주주의의 진전은 나눔을 통해 가능한 점을 확인하고 있다. '복지'는 '나눔'의 다른 이름이다. 앞서 이번 총선의 경우 공약 신선도가 조금은 떨어진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복지공약은 다른 어느 공약을 압도하는 제1공약으로 자리 잡은 점만은 분명하다.

예로부터 서양에는 없는 셈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누면 더 풍족해지고 커진다는 '나눔의 철학'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하기에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그 꽃에서 맺을 민주주의의 열매는 전 사회적 확산이 정답이다.

나눔의 문화가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전 사회 구성원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제주의 나눔문화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제대로 인식해 자치정부와 국회의원 당선자가 최소한 복지 분야에서는 각자의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기업과 시민단체 등 민간부문이 더욱 활기 있는 나눔실천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끝났다. 비단 당선인 외에도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가졌던 모든 제주도민이 함께 전 도민이 바라는 제주특별자치도를 만드는 디딤돌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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