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선물」 마더 데레사. 샘터. 7000원.
 1997년 세상을 뜬 ‘빈자의 성녀’ 마더 데레사의 생각·이야기·기도를 묶었다. 이해인 수녀가 옮긴 이 책은 인도 캘거타의 빈민가를 중심으로 신앙과 봉사활동을 했던 마더 데레사가 남긴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종과 종교, 이념의 장벽을 넘는 마더 데레사의 이야기는 현학적이거나 심오한 교리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버림받은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퍼 올린 이야기들은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를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외롭고 고통받는 이웃들에 대한 따스한 사랑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나를 사로잡은 이슬람」 윤영관. 김영사. 1만1900원.
 MBC 윤여관 PD의 47일간의 이슬람 현장답사기. 7개월 동안의 사전 준비를 거친 기획물을 취재하면서 느꼈던 현재의 이슬람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다.

 한 명의 무슬림으로 재탄생하는 할례의식, 하나의 무슬림 가정이 탄생하는 결혼식, 그리고 신과 함께 살다가 떠나는 사람들의 장례식 등 이 책은 무슬림의 가장 근본적인 생활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떤 판단이나 가치보다는 현재 모습 그대로의 무슬림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3대가 함께 유목하며 사막을 지키는 베드윈 가족, 이란의 달라진 여성 지위를 보여주는 여자 경찰기동대, 명예범죄의 악습과 싸우는 여기자 등은 이슬람의 오늘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쉬잇, 나의 세컨드는」 김경미. 문학동네. 5000원.
 김경미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인생의 밝은 것들과는 무관했던 익명의 여성들이 시편 곳곳에 등장한다. 실체가 없이 헛것으로 다가오는 삶, 이 비극적 상황을 받아들이는 시인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세컨드’라는 남자의 정부를 가리키는 말의 통념 속에는 그 것을 넘어 더욱 본질적인 것, 소중한 것에 속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시인의 자의식이 담겨있다.

 익명의 여성들이 갖는 이러한 인식은 타자와의 소통을 간절히 원하지만 번번이 소통을 거부당하는 존재론적 공포를 드러내고 있다.

 여성성에 대한 시인의 또 다른 인식으로 인한 새로움이 시 읽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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