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고착화되는 공항주변 교통체증

23일 오후 극심한 주차난을 겪고 있는 제주국제공항을 확인한 결과 주차장 내 도로 가장자리마다 주차면을 확보하지 못한 차량들의 불법주차로 점령되면서 이용객들의 통행 불편과 사고 위험을 가중시켰다. 고경호 기자

이용객 급증 주말마다 대혼란
뒤엉킨 차량에 운전자들 고성
주차장 부족 불법·무질서 성행
무료 이용시간도 겨우 5분 불과
차 못세우고 나가도 요금 '분통'

23일 오후 2시50분 제주국제공항 동쪽 월성사거리에 들어서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차량 수십대의 기다란 행렬이 펼쳐졌다.

숨 막힐 듯한 교통체증에 짜증이 난 일부 운전자들은 차선을 바꿔 실컷 내달리다 공항입구교차로에 다다를 때 쯤 3차로로 다시 끼어들었다. 인내심의 한계가 '생명'을 앞지르는 순간이었다.

폭발적으로 이용객이 증가하는 공항의 '주말 대란'을 절실히 체감하며 제주공항에 진입했지만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더욱 험난했다.

배웅과 마중을 위한 방문객들의 차량과 쏟아져 나오는 렌터카들이 한 데 섞이자 1층 출국장 앞은 단 1초라도 먼저 가기 위한 양보 없는 전쟁터로 전락했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경적 소리와 운전자들의 고함을 들으며 주차장까지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총 15분이다. 구제주와 신제주를 오가는 시간과 맞먹었다.

발 디딜 틈 없는 시장통 마냥 차량들로 빼곡히 들어선 주차장의 광경은 '경악' 그 자체였다.

주차장 내 도로 가장자리까지 점령한 불법주차 차량들의 모습에 '비어있는 주차면 찾기'는 단숨에 포기해야 했다.

가뜩이나 좁은 통행로에 차량까지 무분별하게 주차되면서 사이드미러를 접어가며 주차면을 찾아다니는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장애인 주차면에 세워진 17대의 차량 중 7대는 장애인증이 없었다. '주차지옥'에서 '양심'을 지킨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을 방증하는 듯 했다.

주차를 포기하고 밖으로 나가려던 운전자들 중 일부는 출구에 설치된 주차요금 정산소에서 참았던 화를 터트렸다.

비좁은 주차장을 겨우겨우 헤집고 다녀도 차를 못 세우고 나가는 판국에 무료 이용시간 '5분'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주차요금까지 내야 했기 때문이다.

도민 최현기씨(31)는 "공항 주차난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개선 노력은 전혀 없다. '불편하던 말든 주차요금만 받으면 끝'인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며 "제주여행 중 가장 기쁜 순간이 '여행 계획'을 세울 때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제주의 관문부터가 '지옥'인데 관광 이미지가 좋아질 리가 있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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