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진 한의사

최근 '고사리 관련자는 암에 쉽게 걸린다'라는 괴담은 누군가가 국립암센터 이진수 박사와 동명이인의 이야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했는데 다른 네티즌이 이진수 박사의 약력을 덧붙이면서 발생한 해프닝으로 이 박사와는 무관한 허위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미량이라도 발암성이 존재한다면 앞으로 고사리를 먹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건강 칼럼이 있을 정도이니, 제주 4월을 대표하는 고사리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진료하다보면 "고사리 끝을 따고 먹는게 좋아요? 그냥 먹는 게 좋아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제주 식으로는 따서 먹고, 육지 식으로는 그냥 먹는데 예전 외부 식자재 유입이 적고 제철음식이 한정적이어서 경험적으로 유해성분이 집중돼 있는 잎사귀 부분을 따고 먹었을 것으로 추정 된다'고 설명해드린다. 그런데 그 옛날 어떻게 성분분석 실험실도 없이 알 수 있었는지 의문이 있던 터였는데 그 해답이 가까운데 있었다. 풀이라면 환장을 하는 말들마저 고사리를 먹지 않는데서 유해성분을 예상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고사리는 한의학에서 궐채(蕨菜)라 하여 줄기는 수치를 거쳐 식용으로 쓰고, 뿌리는 약으로 쓰는데 청열활장(淸熱滑腸) 강기화담(降氣化痰)하는 효능의 약재다. 서양에서는 고사리를 식자재로 활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삶고 담그고 말리고 하는 수치를 통해 훌륭한 식자재로 활용하는 지혜가 있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 센터에서 햄, 소시지 등을 담배와 같은 발암 물질이라고 발표함으로써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바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가 수치해서 먹는 고사리는 유기농 친환경 식자재에 해당된다. 고사리 괴담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우리 조상님들이 서양인보다 자연을 유익하게 활용하고 후손들 먹거리를 많이 생각하셨던 분들이었구나 새삼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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