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주 제주에코푸드 대표·논설위원

청정제주가 쓰레기 몸살에 걸렸다. 바닷가에는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로 덮여있고, 올레길 오름길에는 버려진 폐기물로 가득하다. 새 인구가 늘어나고 관광객 1400만명 시대를 맞으면서 발생된 일이다.

쓰레기 문제는 우리가 안고 있는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주지하듯이 제주에서 매립을 통한 폐기물 처리는 한계량에 다다랐다. 1992년에 시작된 봉개매립장은 23년이 지난 오는 10월이면 더 이상 수용할 수 없게 된다. 제주도정은 대안으로 폐기물 소각 처리 비율을 높여 매립양을 조절해 왔다.

중앙정부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정부는 쌓여만 가는 폐기물을 자원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역발상의 정책을 내놓았다. 이른바 저탄소 녹색성장의 중점정책의 하나인 신재생에너지 추진이 바로 그것이다. 법과 제도를 고쳐 태워서 없앨 수 있는 쓰레기를 신재생에너지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엄지손가락 만큼 성형 제품화해 유통 판매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폐기물 고형연료 제조를 제도화 한 것은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소각로를 발전시설로 대체하기 위함이다. 또 다른 이유는 천연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값싼 연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기술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했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수십 년 공들여 만든 특허기술이다. 우리가 보유한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30~40%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업체들은 불량품을 제조하게 됐고 이로 인해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다. 

급기야 2014년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업자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법을 재개정했다. 기존에 폐플라스틱, 폐비닐, 폐타이어, 폐목재 등으로 구분해 품질 등급 기준에 으로 제조하는 방식에서 대폭 완화된 것이다.

가연성 폐기물은 모두 간단한 조작(파쇄, 분쇄, 절단) 만으로도 누구나 제조 가능한 'SRF'(Solid Refuse Fuel, 고형폐기물 연료)로 완화했다. 성상의 변화 없는 SRF 발전시설은 유해성 폐기물을 소각하는 일반 소각장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국립환경과학원(2013년)에서 시설별 오염물질 발생량을 측정한 결과를 보면 고형연료 사용시설의 오염물질 발생량이 가장 큰 수치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SRF 사용시설은 대기오염규제 약화 및 환경오염물질 유발 등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큰 시설이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SRF 집단민원이 발생한 것은 주민들에게 그 사실을 감추고 에너지 공급이라는 명분 아래 열병합 발전시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승인사업인 SRF 열병합발전소의 추진 여부는 주민수용성이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는 점을 무시한 것이다.

최근 제주도 최대 인구밀집지역 인근에 위치한 SRF 발전소 입지선정에 따른 집단민원도 똑같은 사례다. 도지사가 말했듯이 추진 여부는 주민수용성이 중요한 고려사항이 돼야만 한다고 했으니 지당한 결정이다. 

서울시에 순 SRF 열병합발전소가 전무한 것은 인구 밀집지역이기 때문이다. 사업체들은 "SRF는 유해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해 주거 밀집지역에서 다량 연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환경부의 지적을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향후 행정당국은 SRF 발전사업 사업자가 준비하고 계획하는 과정에서 적극 개입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투명하고 정직하게 주변지역 반경 5㎞ 법위 내 주민들에게 모든 정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다양한 추진 안을 제안해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들의 역량과 지혜를 모은 이성적인 합의 과정을 거친 주민수용성에 따른 결정이야말로 '협치의 모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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