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교육문화체육부 차장

고려와 조선시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공로로 과거에 합격하지 않고도 관원에 특별채용될 수 있었던 제도가 있었다. 특별채용 제도는 정 2품이상 고관의 자제인 문음자제와 공신의 자제인 공음자제들은 음서제를 통해 과거시험 없이 곧바로 벼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음서제는 고려시대부터 시행됐고, 태평성대를 이루고 비교적 공평한 사회를 구현한 세종시대에서도 2품 이상 자·손·서·제·질에 대한 자세한 취재격식이 규정됐다. 

음서제도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공적으로 후손까지 혜택을 줌으로써 나라에 대한 충성심을 도모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나며 소수의 특권층들이 권력을 지키면서 후대까지 세습하기 위한 도구가 됐다. 

현대사회 들어서도 음서제가 언론과 사람들의 입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다. 특히 금수저와 흙수저로 구분되는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우리나라 곳곳에서 현대판 음서제라는 오명을 쓰는 곳이 많다. 대형노동조합에서 시행중인 가족특별채용이 소수의 노조간부와 가족들이 직업을 세습하면서 대다수에게 채용기회를 빼앗고 있다며 비난의 화살을 맞기도 했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경우 입학과정에서 고위직이나 법조계에 있는 부모와 가족들의 입김이 작용해 특권층의 응시자들이 특혜를 받고 있고, 비싼 등록금으로 부유층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로스쿨을  '현대판 음서제'의 전형이라고 비난을 받고 있다. 

대학교진학 역시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교과 평가항목 중 면접, 자기소개서 작성, 경시대회 수상 등에 있어 고액의 사교육을 부추기고, 학생 학명당 수백만원이 소요되는 공동연구과제 등을 부추기는 등 교육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을 '음서제', 수학능력시험을 '과거제'로 비유하는 등 사회 곳곳에서 빈부·계층·지역격차로 인한 특혜와 차별이 심해지고 있다. 음서제는 문서와 법과 제도상 사라진 용어이지만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기회의 평등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사회구성원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