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챕터 대표·논설위원

현지 시간으로 지난 4월21일 '팝 음악의 전설'로 통하는 프린스(Prince)가 미네소타 주 자택에서 급사했다. 본명이 로저스 넬슨인 프린스는 7개의 그래미상을 수상했고 전 세계에서 1억 장이 넘는 음반을 팔았다. 7세에 시작했다는 작곡 실력도 뛰어나 한국에서도 인기를 크게 끌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아일랜드 가수 시너드 오코너의 'Nothing Compares 2 You'의 원작자로도 명성이 높았다.

전세계 팝음악 공연 문화를 주도하기도 했던 프린스는 특히 2007년 플로리다 마이애미 가든스의 돌핀 스타디움에서 열린 수퍼보울에서 장쾌한 빗줄기를 뚫고 열정적인 공연을 펼쳐 스크린 앞에 몰려든 남녀노소 미국인들의 뇌리에 열정적 천재 뮤지션으로서의 이미지를 다진 바 있다.

그러나 필자는 프린스를 대중 음악계와 산업을 선도한 혁신가형 천재로 기억하고 싶다. 그는 개인 브랜드를 앞세운 레코드 사를 창립해서 이전에 없었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인물이다. 프린스는 인터넷 음반 출시 및 회원 가입형 음반 배포 모델을 시도했고, 크라우드 펀딩 기법을 도입하는 등 최근 음악계가 널리 활용하고 있는 혁신의 씨앗을 뿌려 큰 성공을 거뒀다. 

프린스는 1990년대 내내 메이저 레코드사인 워너 브로스와 법적 다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음반사의 전적인 통제에 놓여있던 음악계의 판갈이를 주도해 아티스트가 주도하고 공정한 보상을 누릴 수 있는 토양을 마련했다. 자본과 기득권에 굴하지 않았던 그의 면모는 "상전을 통제하지 못하면, 그 상전이 당신을 지배하게 된다"는 일성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결과 프린스는 2004년 워너 브로스와 재계약을 하면서 음원과 음반의 저작권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대중 음악가들이 형편없이 작은 로열티를 받으며 음원이나 동영상이 배포되는 상황에 반기를 들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프린스는 유투브나 스포티파이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철저히 외면하고 래퍼 제이지(Jay-Z)가 운영하는 회원제 서비스인 타이덜(Tidal)만 고집해 음악인들이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했다. 킥스타터(Kickstarter)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대중 예술 창작 활동을 중개하고 나선 게 2009년의 일이지만, 프린스는 이미 20여년전에 이를 실현했다. 메이저 레코드사나 주류 음악계가 장악한 단선적 흐름에 반기를 들어 음악계의 창조적 진전을 주도하는 팬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 구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한 것이다.

그가 2005년 새 앨범을 출시하면서 채택한 음반 유통 방식도 기존의 질서와 관행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공연 티켓에 음반 구매가격을 포함시키는 엉뚱한 발상을 실천에 옮겼던 것인데, 음반 판매 실적을 집계하는 빌보드는 "판매 데이터를 왜곡하고 있다"며 프린스의 앨범을 차트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물론 프린스는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과 직접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현상태를 유지하려는 빌보드 측의 압박에 꺾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끊이지 않는 창작의 샘물을 지녔던 천재 작곡가 프린스도 기억해야 한다. 그는 저택에 출입이 통제된 거대한 음원 테이프 보관소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9년쯤 전 그의 개인 스튜디오에 근무했던 한 인사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에 이미 프린스의 개인 음원 보관소는 놀라울 정도로 귀와 감성을 자극하는 음원들로 넘쳐났다고 한다. 고인이 대중 음악계의 질서를 바뀌어 놓은 혁신적 발판에 못지 않게 앞으로 공개될 유산인 음원을 통해서도 오랫동안 세계인과 같이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