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철 한의사·제민일보 한의학자문위원

아침에 일어났더니 "한쪽 눈이 안감기고, 입은 반대쪽으로 돌아가고, 입을 모을 수 없다"는 호소를 하면서 내원하는 환자들이 제법 보인다. 한의학에서 구안와사 또는 와사풍이라고 하는 질환인데, 서양의학에서는 뇌신경 중에 얼굴의 운동에 관여하는 안면신경에 바이러스가 감염돼 해당 근육에 마비가 와서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과로를 했거나 찬데서 자거나 추운데서 일하고 난 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정기가 떨어진 틈을 타서 사기가 얼굴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부위로 침범해서 생기는 것으로 '얼굴에 오는 감기'라고 할 수 있다. 

'얼굴에 오는 감기'라고 표현을 하지만 그래도 그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면역력인 정기가 저하돼 있는 상태이기에 푹 쉬면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마비가 온 근육들에 대한 적절한 자극과 상대적으로 과사용되는 근육들에 대한 긴장 해소의 차원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해주는 것이 좋다.

그래서 발병 후 최소 4주는 면역력과 소통을 도와주는 한약을 비롯해 침, 약침 등의 한의학 치료가 도움이 된다. 귀가 멍멍하거나 귀 주변의 통증이 같이 나타나거나 입맛의 변화나 감각의 변화가 있는 경우라면 더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므로 더 주의해야 한다.

증상을 살피고 뇌에서 기인하는 중추성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면 안심하라는 의미로 "중풍하고는 다른 것이고, 일반적으로 감기와 비슷해 푹 쉬면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보통 10명에 8명 정도는 한두 달 안에 회복이 된다" 라고 설명을 해주곤 한다. 

그 말을 듣고 너무 안심한 나머지 기본적인 치료 등을 '안 해도 낫겠지'라고 방심하다가 회복이 더디게 되는 경우도 간혹 보여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10명에 1-2명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치료는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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