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감독

다큐멘터리 '이중섭의 눈'을 제작하고 있는 김희철 감독. 사진=김영모 기자

다큐멘터리 '이중섭의 눈' 촬영
책·영상자료 등 수집 영상제작
열악한 환경속 작품가능성 기대

다큐멘터리의 생명은 객관성과 정확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중섭이 시대가 낳은 천재화가라 할지라도 약간의 왜곡도 허락될 수 없다. 비극의 역사와 가난속에서 어렵게 탄생한 작품의 가치를 그만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다큐멘터리 '이중섭의 눈' 제작에 고민이 많은 김희철 감독(42) 이야기다.

'진실의 문', '무죄', '기억하는 공간' 등 다양한 작품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지만 결혼과 제주이주의 과정에서 활동이 뜸했던 김 감독이다.

아내 이남덕 여사(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편지글을 통해 알게 된 이중섭의 이미지는 강렬했고 삶의 전환점이 됐다.

부인과 아들에 대한 그리움, 타향살이 심경이 묻어나는 내용에 감동을 받은 이후 이중섭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고 영상으로 제작하는 일에 몰두했다.

이중섭 관련 책은 물론 도록, 영상자료 등을 수집하고 부족한 자료는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구했다. 촬영은 이중섭의 동선인 제주와 서울, 부산 등을 오가며 진행됐다.

김 감독이 주목한 부분은 실제로 서민적인 이중섭의 모습이다. '장리석 화백과 술 마시고 화투를 치며 향수를 달랬다' 등 기자 장수철의 기록에서 낡은 화투, 담요, 성냥개비, 소주병 등을 배치해 사실 그대로의 이중섭을 표현하고자 했다.

다큐멘터리 '이중섭의 눈' 촬영 현장. 사진=김영모 기자

지난해 제주영상위원회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영화지만 적은 예산, 인력 부족 등으로 촬영환경은 열악하다. 또 인물에 대한 탐구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시대적배경이지만 일제강점기, 제주4·3, 한국전쟁 등 사회분위기를 표현할 세트가 부족했고 촬영장 섭외에 대한 비협조적인 부분도 많았다.

김 감독은 "한번은 군인이었던 김광림 시인이 '은지화' 재료를 이중섭에게 건네는 장면하나를 위해 군부대를 전전했었다"며 "하지만 번번히 거부당해 제주에서 한 군데 찾아 다행인 적이 있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어 든든하다는 김 감독이다. 제작담당인 현택훈 시인, 오하준 카메라감독을 포함해 방승철·도남궁·고영중·조찬묵·김세홍씨 등 배우 및 스텝들은 본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영화제작에 임하고 있다. 

영화가 지난 6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피칭 부문 최우수상을 받게 된 것은 가능성의 신호탄이다. 어려운 환경속에서 작품을 탄생시킨 이중섭과 겹치는 행보다.

김 감독은 "내년 2월초 상영을 목표로 현재 다방·성당에서의 전시장면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사실 그대로의 이중섭을 보여주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도민의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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