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익 제주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논설위원

며칠 전 서울에서 오랜만에 동창생들을 만났다. 반가운 인사도 잠시, 고향에 대한 뜨거운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치솟는 땅값에 대한 우려와 희망, 시내 교통체증에 대한 믿을 수 없는 최근의 경험담, 몇 년 만에 갔더니 어리둥절할 정도로 동네가 변해버린 이야기와 경제 활성화, 그리고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인 공항 모습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기대감 등을 예로 들며 나름의 처방과 미래 전망을 내놓는 시간이었다.

이들이 말하는 요즘의 제주도 현실은 타지에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제주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일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이제는 좋든 싫든 이미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의 한 현상으로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과연 이와 같은 양적팽창에 따른 급격한 개인적·사회적 변화가 주민들에게 바람직한 '삶의 질'을 제공하고 있는지,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처럼 보이는 물질적 만족도가 정신적 풍요로 이어지고 있는지, 정말로 주민의 행복지수가 개선되고 높아지고 있는 것일까?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그 대답은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오히려 더 삶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말 현재 제주도의 총 인구 수는 64만8411명으로, 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말에 비해 무려 1만 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년 전인 2010년 2월말의 52만8411명보다 무려 12만 명이 늘어난 숫자이다.

또한 자동차대수도 올해 3월말 현재 44만3346대로, 전년 동월에 비해 무려 4만4831대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폭발적인 증가에 따라 많은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미래지향적 플러스 요인도 있지만 경제논리가 최우선시 되면서 무분별한 개발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고 환경훼손도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대수 증가에 따라 어디든 싸고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한 교통망 확충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매연으로 인한 대기오염 우려와 도심 도로의 주차장화에 대한 심각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물론 전기자동차 등의 해결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여러 불안 요소들이 단 시간 내에 해결되기 쉽지 않고 지금의 추세로 볼 때, 오히려 더 증폭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위와 같은 불과 몇 가지 요인만을 놓고 보더라도 양적팽창이 결코 정신적인 만족도를 높이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 같은 현실이 지속되는 한, 삶의 질을 안정되게 높여가며 살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회학사전」(2000, 사회문화연구소)에서 말하는 '삶의 질'이란 만족감, 안정감, 행복감 등의 주관적 평가의식을 규정하는 복합적인 요인이라 하고 있다.

평당 몇 천 만원의 땅값이, 연간 2000만 명의 관광객 시대가, 고층 아파트 숲과 번쩍거리는 카지노의 네온이, 고급 승용차가 즐비한 화려한 도심이 결코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과 질의 적절한 조화가 선행돼야 한다. 100만 이상의 인구 증가라는 실적 위주의 목표 설정을 재고(再考)하고 환경 보존과 개발 사이의 현명한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 아직은 이를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증가추세를 고려해 볼 때, 자동차대수의 총량제와 입도관광객 수의 시기별 쿼터제(quota system)도 검토해봄직한 정책이다. 안정 속에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날이 언제면 찾아올까?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