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부터 추락하기 시작한 감귤시세가 설날의 특수대목에 좀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떨어진 가격은 미동(微動)도 하지 않더니만 출하가 끝나가는 단경기(端境期)인 요즘에도 가격이 전혀 오르지 않아 감귤농가의 가슴을 무척 아프게 하고 있다.

설날 이후 감귤가격을 보면 15kg 한 상자에 평균 6,000원 정도로 경락되고 있는데 이는 작년 이맘때 가격 21,000원의 4분의 1밖에 안되는 가격이고 최근 5년 동안 2월 평균 경락가격 18,000원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제주 감귤재배 역사상 최대 풍작이었던 '89년도에는 약 75만톤이 생산되었고 대폭락된 그 당시 2월 평균경락가격이 15kg 한 상자에 5,211원이었다. 10년동안 년 평균 물가상승률 4∼5%를 감안하면 6,500원정도가 되는데 '99년산 감귤가격은 최대풍작에 최저가격을 기록했던 '89년산 보다도 떨어져서 '99년도는 감귤가격이 사상최대의 폭락을 기록한 해라고 말할 수 있다.

감귤가격이 사과와 단감가격의 절반밖에도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89년도에도 감귤가격의 대폭락으로 분노한 농민들이 항의를 했듯이 10년이 지난 오늘에도 성난 농민들은 분노를 표출하려고 하고 있다. 어쩌다가 감귤의 문제가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답답하기 그지 없다.

감귤가격이 이처럼 추락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생산량이 과잉되었기 때문인데 올해산 감귤가격이 '89년산 보다도 떨어져다면 지금까지 경험으로보나 가격면으로 볼 때 생산량은 '89년도와 비슷하게 생산되었거나 그 이상 생산되지 않았는가하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도가 발표한 생산량은 당초 59만톤이라고 하였다가 농민들이 의구심을 제시하니까 지난 1월초에 62만 9천톤이라고 수정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농가가 느끼는 체감생산량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도의 통계발표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올바른 정책은 정확한 통계를 통해서만 시행될 수 있고 특히 농산물유통처리에는 통계가 생명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정책의 실패는 용서를 받을 수도 있지만 인위적 통계조작이나 허위발표는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요즘 감귤농가가 15kg 한 상자를 도매시장에 보내고 난 후에 선과비, 상자값, 운송비 등을 제외하면 단돈 500원밖에 손에 쥘 수 없다고 한다. 작년에 비해서 수입의 4분의 1로 줄어든 농가는 벌써부터 영농비와 생활비를 걱정하고 있고 올 한해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 하며 걱정이 태산같다고 한다. 감귤주산지인 산남지역은 IMF충격이 이제부터라고 하고 있다.

감귤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당국이나 유통처리에 앞장서야할 농·감협조합장들을 이와 같은 감귤대난이 발생한 것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고 감귤농가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한편, 이번 문제를 교훈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수립해 주길 바란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감귤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헤쳐서 농가들이 판매에는 신경쓰지 않고 오직 고품질의 감귤만을 생산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

허탈한 심정을 털어버리고 희망을 안고 봄기운이 싹트기 시작하는 감귤원을 향하는 농민의 모습을 보면서 농업경제를 공부하는 내가 무척 초라함을 느낀다.

그래도 내일 또다시 태양은 떠오르고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분다. <강지용·제주대·농업경제학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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