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농협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논설위원

그간 한국 정치 지형은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기조의 양당 체제로 구조화돼 있었다.

그러나 4·13총선을 통해서 한국 정치 지형은 양당 체제가 붕괴되고 명실상부한 다당제 체제로 전환된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들은 양당제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과 다당제에 대한 선호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국민의당의 커다란 선전은 국민들이 양당제에서 다당제로의 전환을 확실히 선택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지표로 분석된다. 이제 한국 정치 지형은 보수주의 지향의 새누리당, 진보주의 기조의 더불어민주당, 중도주의 지향의 국민의당으로 분립됨으로써 다당제의 기조가 일정하게 구축된 것으로 사료된다. 

4·13총선에서 여권인 새누리당은 야권 후보의 난립으로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으나 경제 침체의 심화와 선거 막판 공천 파동이 불거지면서 참패하여 원내 제2당으로 전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의 사퇴 이후 김종인 비대위 대표 체제가 등장하면서 중도주의 노선과 경제 민주화에 주력해 원내 제1당의 지위에 오르며 크게 선전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커다란 성과를 거둔 것은 국민의당으로 평가된다. 국민의당이 이렇게 현격한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며 자신의 실용주의적이고 중도주의적인 개혁 노선을 명확히하고 양당 체제의 폐해와 다당제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한 방식이 국민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가져온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반대로 정의당이 이번 선거에서 나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자신의 독자적인 정치 지향성을 철저히 내세우기 보다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등 선거 연합에 주력해 왔던 전통적인 선거 방식에서 근본적으로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 동안 국민들은 기존의 양당제를 경험하면서 대립과 갈등의 정치 구조 속에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이며 비생산적이면서 민생을 외면하는 당파적인 정치 기조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것으로 사료된다.

따라서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들은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다당제를 통해서 정치 세력들이 타협과 협력의 정치 구조를 구축해서 생산적이고 창의적이며 당파 분쟁보다는 민생에 주력하는 정치 기조로의 전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전환됨으로써 이제 한국의 정치 시장은 독과점적 정치 시장에서 경쟁적인 정치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전환됐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양당제를 기반으로 한 독과점적 정치 시장에서는 정치 세력들이 정치 이념이나 정책 노선보다는 정파적 논리에 기반해서 치열한 정책 서비스의 개발보다는 지역 패권주의와 후보 단일화 등 정치 공학적 논리에 안주하는 경향을 보여줬다.

그러나 다당제를 기반으로 한 경쟁적 정치 시장이 구축됨으로써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정치 풍토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각각의 정치 세력들은 독자적 이념과 정치 노선에 기반해서 생존 경쟁을 위해 다양한 정책 서비스를 치열하게 개발하고 이를 정치 시장에 풍부하게 공급함으로써 정치 시장의 진정한 소비자인 국민들의 복잡하고 다원적인 욕망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므로 향후 정치 세력이 이념과 노선에 근거한 치열한 정책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는 등 새로운 다당제 체제에 부응하지 않고 과거 선거에서 전통적으로 선호해왔던 후보 단일화나 연립정부론 등 정치 공학적 논리에 안주할 경우 정치적 고립이 심화됨으로써 정치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