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장·논설위원

제주를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면서 탐방 명소와 문화적 발자국이 새롭게 수놓고 있다.

정주민은 모르지만 이주민이나 탐방객들은 즐겨 찾는 곳들이 생겨나고 제주에 와서 한번쯤은 들러야 하는 이색장소들이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폭발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고 보면 제주가 가장 극심하게 격동하는 단면들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바다의 풍광에 사로잡힌 여행객들이 넘쳐나고 맛집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모든 길은 힐링의 세계를 추구하는 사람들로 가득차고 있다.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제주의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제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 건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알려주고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제안하는 어울림을 통해 제주의 건강한 정신을 공유할 것이냐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미래, 훼손되지 않은 미래, 꿈이 살아 있는 미래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 우리가 당장에 준비해야 할 일은 제주다움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제주다움의 정체성은 자연과 사람들 속에 오롯이 남아 있는 고유성과 원시성을 담은 문화적 총체성으로 등장한다. 즉 자연·문화·사람의 삼박자가 연출하는 오케스트라의 하모니가 제주다움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더욱 뿌리내리기 위한 사람들 간의 섬세한 위로와 다독거림이 더욱 필요한 시기다. 

제주다움이란 자연, 문화, 사람들에 내재돼 있는 독특한 가치가 과거 현재 미래까지 변하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유지되는 사회적 현상을 말한다. 즉 제주의 정체성이라 표현되는 말이다. 

이는 경제적 가치보다는 정신적 가치에 좀 더 우월성을 지니고 있으며, 변화 보다는 전승의 범위에서 빛을 발하는 개념이며, 지속가능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는 척도이기도 하다. 

제주다움이 오래된 미래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된 미래에는 반드시 제주다움이 있어야 하는 역설적 설명이 따르기도 한다.

제주다움을 말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기 살고 있는 제주를 온전하게 후손들에게 전승해야 하는 정서적 의무감이요, 섬이라는 환경적 용량의 제한적 조건들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공간적 의무감이며, 제주에 열광하는 거대한 파도에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경제적 의무감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제주다움을 고집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가 제주에 살고 있다는 커다란 자긍심을 모두가 골고루 나누고 힘을 합쳐서 제주의 힘을 키우는 것이며 배타적인 것들로부터 유연하게 탈피하고 지나친 욕망들을 차단해 섬의 갖는 태생적 유전자의 힘이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는 것이다.  

웬델베리는 그의 저서 「흔들리는 미국」에서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있다.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길은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하는 책임 있는 행동이다. 우리의 일상에서처럼 예정된 미래의 필요 때문에 현재의 잘못된 행동들이 쉽게 정당화 하는 경우 우리는 현재를 왜곡시키고 동시에 미래를 손상시키게 된다. 사회의 필요 때문에 어떤 행동이 규정짓고 지지를 얻는 경우라 해도 그것만으로 행동의 정당한 이유가 충분한 것은 결코 아니며 시행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다. 이세상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인내와 세심한 보살핌 속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

제주다움을 필요로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자연과 사람의 가치 회복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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