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전 동국대 교수 학장·이학박사·논설위원

국가통치를 위한 능률과 편의성을 위해 행정구역으로 분할했다. 기원을 소급할 때 통일신라 이후에 등장한 9주(洲)5소경(小京)이고, 그 전통은 장구한 세월을 거치며 오늘로 이어졌다. 이후 13도의 편제와 군현(郡縣)제를 도입했지만 현재의 시도-읍면의 큰 골격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크고 작은 행정구역을 토대로 오랫동안 '실질적 생활권이 현성'돼 온 것과 마찬가지다.        

인간생활은 고정된 장소에 한정해 정착(定着)돼 왔다. 그런 관계로 출생과 성장에 이르는 변화과정 마저 생활권과 별개일 수 없는 함수관계를 갖게 된다. 이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지역에 애착을 갖게 만든 배경이다. 좋게 말하면 애향심이고, 나쁘게 말하면 지역주의를 앞세우는 대결(對決)구도다. 인접지역과 경쟁관계를 벌려온 근거이기도 하다. 

세상은 경쟁심을 부추기는 '생존전략(survival game)에 무게'를 둬왔다. 이런 흐름은 이웃과 더불어 '공존공영(共存共榮)의 미덕'을 앞세우기보다, 속지(屬地)주의에 우선하며 이기심을 촉발하게 만들었다. 그런 결과는 전통가치로서 중시해온 '인보상조(隣保相助)의 정신'마저 무너지게 만들었다.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전쟁터와 다름없이 '적의(敵意)에 찬 대결구도'를 연출해온데 따른 것이다.   

현대산업사회로 이행되면서 이런 추세는 더 심화됐다. 인접지역사이에 '이해(利害)상관'을 둘러싼 대립각을 세워왔기 때문이다. 고속철도가 등장하면서 역명제정은 시발점이 됐고 천안-아산은 대표사례로 남고 있다. 신설된 역(驛)에서 바라보면 아산(牙山)이 우선순위이고, 도시세력권에서 바라보면 천안이 유리하다. 결국은 대립과 분쟁과정을 거치면서 '양쪽주창에 대한 마찰을 조정'해온데서 이름을 공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유사사례는 이후 김천과 구미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천안-아산의 전례(前例)'를 적용함으로써 사태수습으로 이어졌다. 법원에서도 판례(判例)를 중시해온 것처럼, 사안에 대한 현명하고 '지혜로운 심판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제주도에도 이런 일들은 향후에 수없이 발생할 여지(餘地)를 남겨놓고 있다 그런 까닭에 '철저한 대비책'을 사전에 강구하며 시범사례를 남길 때임을 암시하고 있다. 

국제관광지로 격상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여기에 상응하는 개발과 더불어 이해득실에 따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곳곳에 잠재하기 때문이다. 제2공항건설계획은 분쟁가능성을 예고하는 증거로 남는다. 공항건설에 따라 개인과 지역 간에 이해득실(利害得失)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주읍성으로 집중된 개발정책이 포화(飽和)상태를 이루면서 지방으로 분산하려는 정책전환이 시발점을 낳아왔다.  

그렇다면 중앙의 주관부처와는 별도로 도(道)당국에서 '독자적 점검 기회'를 갖는 것이 마땅하다. 4조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면서 '제주도 미래 명운(命運)이 걸린 중요사업'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뒷북만을 치고 있음으로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거기에다 해당지역구 국회의원은 '업무마저 정지된 불명예상태'였음으로 중앙부처를 향한 사업검토마저 불가능하게 됐다. 이런 상황을 추진세력이 기회로 활용했다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공항예정지에는 '재벌회사의 토지매입'이 완료된 상태임으로 이것 또한 해명돼야할 과제로 남는다. 도(道)내외에 걸친 제주출신 전문가들로 싱크탱크 구축을 통해 객관적 실상파악과 계획에 대한 타당성 여부, 사업추진에 따른 영향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합당한 대응책을 강구해나갈 때다. 또한 이해득실(得失)에 걸친 양면으로 '세밀한 검토'를 거침으로써 편중이 없는 중립성과 객관적인 '조정자(coordinator) 본래 역할을 수행'하며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