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주 ㈔제주올레 사무국장·논설위원

"엄마, 제주도 버스는 왜 이렇게 불친절해? 내가 제주도민이라는 사실이 너무 창피해"

타지에서 공부하는 딸아이가 몇 달 만에 집에 들어서며 내뱉은 첫마디였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며 본 광경 때문이다.

잔돈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외국인을 구박하며 잔돈 바꿔 오기 전까지는 못 탄다고 소리치는가 하면(결국 그 외국인은 그 버스를 타지 못했다고 한다), 또 다른 외국인은 줄을 잘못 섰다고 구박하고, 심지어 욕까지 내뱉더란다.

흥분한 딸아이에게 "제주도 모든 버스가 다 그렇게 불친절한 것은 아니다. 친절한 기사님들도 많다"라며 다독이긴 했지만, 나 역시 그런 광경을 적잖이 목격했다.

그런 광경을 목격할 때마다 웃는 얼굴로 "제주를 찾은 손님인데 이왕이면 친절하게 해주세요"라고 조심스레 말하지만 그런 나를 쓸데없이 참견하는 사람이라며 되레 모욕을 주기도 했다. 

제주올레 콜센터나 제주도청에서 운영하는 관광신문고에도 비슷한 제보가 수없이 접수된다.

외국인에게 욕하며 '바가지' 요금을 씌운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승객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 버스를 뒤쫓아 가 간신히 탔더니 버스를 타겠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승객을 호되게 야단친 기사, 중국 관광객에게 불친절한 택시 기사, 네비게이션이 없다는 이유로 승객에게 도착지 지리를 알아내라고 재촉하는 택시 기사, 제주도에는 카드결제 가능한 택시가 거의 없다며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것을 당연하게 주장하는 택시 기사, 승객이 낑낑거리며 몇 개의 가방을 택시 트렁크에 옮기는 것을 보고도 구경만 하는 택시기사 등.

제주도청 관광신문고를 찾아 들어와 글을 쓰거나 제주올레 콜센터에 일부러 전화하는 수고를 감내한 이들의 제보가 이 정도이니 기분 나쁘지만 그냥 넘기거나 당한 사례는 얼마나 많을까.

제주올레 초창기,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서귀포시청에 요청해 일부러 제주도내 운전 기사들을 상대로 '친절 특강'을 다니곤 했다. 올레 길을 오가며 이용하는 버스나 택시 기사들의 태도 때문에 올레 여행을 망쳤다는 항의를 적잖이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입장 바꿔 놓고 보면 운전기사들도 할 말이 있다.

빡빡한 운행 스케줄에 맞춰 운행하려면 손님들의 제각각 다른 행태를 참아주기 힘들 수 있고, 손님이 많다고 해서 또는 친절하다고 해서 운전기사에게 인센티브가 있는 시스템이 아닐 터이니 말이다. 목돈을 내야 설치 가능한 카드 기기나 네비게이션 설치는 영세 택시업자에게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

그러나 똑같은 조건과 환경에서도 친절하게 대응해 제주 여행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운전기사들도 많지 않은가.  

제주 관광산업이 양적 성장에 걸맞은 질적 수준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운전기사들의 서비스 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버스나 택시 운전기사들은 여행객을 가장 먼저 만나는 제주 관광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제주올레에서는 쓰레기 버리는 사람을 야단치는 대신 쓰레기를 주워 오는 사람을 칭찬하고 상을 주는 '클린올레' 캠페인으로 올레길 쓰레기를 줄여가고 있다.

제주 운전기사들을 보다 친절하게 바꾸기 위해 '운전기사 칭찬 제도'를 적극 도입하면 어떨까. 여행객이나 승객들로 하여금 친절한 운전기사를 상시로 추천하게 해서 추천 받은 기사들을 상시로 시상하고 버스 회사에서는 그 기사에게 인센티브나 상을 주는 방식 말이다.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질책보다는 칭찬이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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