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여름 피서객 수용태세 이대로 좋은가

파래 뒤덮인 해변 방문객 증가…백사장 준설공사 아직
인명구조함 등 방치·야간 폭죽놀이도…안전대책 시급 

3일 제주시 이호테우해변에 도착하자 비릿한 파래 악취가 코를 찔렀다. 들뜬 마음으로 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은 파래가 없는 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황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백사장에는 준설공사에 투입된 포클레인 2대가 종횡무진 오갔다.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과 채 2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굉음을 내며, 공사를 이어갔다.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던 관광객 이현아씨(36·여·부산)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씨는 "제주도 해수욕장 개장일을 검색했는데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며 "막상 와보니 지저분하고 공사가 한창이라 이미 개장한 해운대와 비교가 된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피서객들의 인명구조를 담당할 종합상황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긴급시 사용할 수 있는 인명구조함 앞에는 거대한 공사장비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119구급함에 적힌 '부상자 발생시 119로 전화하면 자물쇠 비밀번호를 알려준다'는 문구가 전부다. 

같은 날 제주시 조천읍 함덕서우봉해변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가족 단위 피서객들로 북적였다. 파도에 몸을 맡긴 아이들은 연신 환호성을 질러댔지만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의 표정은 불안해 보였다.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에게 "안전요원이 없으니 위험하게 행동하지 말라"고 타이르는 장면도 목격됐다. 

한쪽에서는 남매로 보이는 두 아이가 문 닫힌 인명구조용 이동식 망루에서 미끄럼틀 놀이를 하고 있었다. 놀다 지친 아이들이 발 씻는 곳으로 향했지만 물이 나오지 않자 화장실 세면대에서 모래를 씻어냈다.   

밤이 되자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폭죽을 터뜨리기도 했다. 젊은이들이 가고 난 자리에는 타고 남은 폭죽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최근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안전시설이나 편의시설은 여전히 허술,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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