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가족들이 병원에 상주하면서 환자를 직접 간병하거나 병원비 이외의 추가부담을 감수하면서 간병인을 고용한다. 이같은 가족 간병 또는 간병인의 사적고용 형태는 선진국의 경우 매우 드문 형태다.

최근에는 노인 인구와 만성질환자 비중이 증가하고 도시화, 핵가족화 등으로 가족구조가 변화하면서 병원내 간병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통해 환자병문안 등으로 인한 병원내 감염이 큰 문제점으로 드러나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더욱 높아졌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란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게 간병인을 따로 두지 않고 전문간호팀이 간호뿐 아니라 간병까지 포함한 입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즉 간호사는 높은 전문영역의 간호행위를 24시간 수행하고 간호조무사는 보조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는 전문간호사의 지도·감독하에 통합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입원간호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크게 높여 환자 안전을 보장하고 가족의 간병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종전에는 '포괄간호서비스'라고 부르다가 의료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말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정부는 이 서비스의 시행을 위해 지난 2013년 7월부터 국고지원 방식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이어 지난해부터는 건강보험수가 형태로 전환해 시범 실시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전국 상급종합병원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까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 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약 6%에 불과하며, 실시기관별 통합서비스 병상도 평균 65병상에 그치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선뜻 확대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먼저 풀어야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문제가 간호인력 부족이다. 이 서비스를 시행하려면 우선 간호인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채용하는데 어려움이 매우 크다. 특히 지방의 경우 간호인력을 확보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의 간호인력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아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간호사들이 간호직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또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좋은 서울지역 대형병원을 선호함에 따라 지방 중소병원은 인력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제주지역의 경우 타 지방에 비해 그 정도가 더욱 심해 인력난이 배가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간호인력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간호대 입학정원을 증원했다. 하지만 이는 근본해결책이 될 수 없다. 간호인력 부족현상은 간호교육생 수의 문제보다는 업무과중 등으로 인한 간호직 기피현상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간호사들이 쾌적한 근무환경에서 업무를 통해 보람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비용효과성이 반영된 보상체계가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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