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필 제주관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논설위원

10년 후 2026년에 한국은 초고령사회(65세 인구 비율 20% 이상)로 진입한다. 2018년에 14%를 넘어 '고령사회'가 되고서 8년 만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이후도 인구 고령화는 가파르게 진행돼 2060년에는 노인인구가 40.1%에 이르게 된다.  

고령인구의 증가 속에서 인간의 수명은 자꾸 길어져 인생 100세 시대를 맞고 있다.

통계청 발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은 82.4년이다. 남자는 79년, 여자는 85.5년에 이른다. 사고를 당하거나 중병을 앓지 않는다면 100세까지의 장수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인간의 오랜 염원의 하나가 장수다. 소망이 이뤄진다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개인적 차원에서 돈이 없는 무전장수, 질병으로 고통 받는 유병장수, 홀로 사는 독거장수, 할 일이 없어 무료한 삶을 사는 무업장수의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한다면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도 있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회 구성원 다수가 노인인데, 이들이 불행하다면 그 사회는 희망을 품을 수 없다. 

장수왕국 그리고 초 고령사회인 일본의 NHK 취재팀이 '노후파산 다큐멘터리'라는 제목으로 장수의 재앙을 파헤쳤다. 

방송은 노후파산이 특별히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예금도 있고, 집도 있으며, 연금도 가입하고, 가족도 있는 사람에게 닥쳤다는 점에 주목한다.

평범한 사람도 배우자를 잃거나, 몸이 아프거나, 취업에 실패한 자녀가 부모 연금에 기대 살게 되면 노후파산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많은 노인들이 '차라리 빨리 죽고 싶다'고 절규하는 모습이 남의일 같지 않았다. 잠재된 위험은 우리가 더 높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일본만큼 사회보장제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49.6%,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다. 2050년이면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35.9%로 일본(40.1%)의 뒤를 바짝 쫓아간다. 2060년이면 노인부양 부담은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적절히 대응하지 않고 방관한다면 재앙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노인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인구 고령화의 여파는 우리사회 모든 영역에 걸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회도 지속발전을 하고 노인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일본은 인구 고령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많은 노인이 파산사태에 이르렀고 나라가 어려움에 빠졌지만, 서구 복지국가들은 고령인구 비율이 높아도 끄떡없이 건재하다.

일본이 반면교사라면 이들 복지국가들은 롤 모델(role model)이다.

복지국가에선 노후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노후를 국가가 책임져 주기 때문이다.

물론 대가가 따른다. 공공보험료를 포함해 세금을 40~50% 내야 한다. 고부담·고복지의 완성, 복지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은 복지를 위해 세금을 많이 낸다는 점이다.

우리사회 고령인구 증가는 이미 시작 됐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인구고령화와 그 궤적을 함께 한다' 우리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GDP대비 우리나라 담세율은 24.6%로 아직 낮은 수준이다. 고통스럽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미래사회를 위해서 지금 증세의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도깨비 방망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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