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지역문화의 해’인 올해는 여느 해보다 지역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문학 미술 음악 연극 문화재 문화행정 등 7차례에 걸쳐 올 한 해 제주문화예술계를 결산한다.

 2001년 제주문학계는 지역문학의 정체성과 4·3과 이재수란 등 제주 역사의 문학적 형상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중앙문학과 지역(방)문학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와 서울중심주의라는 문학적 카테고리 속에서 제주 지역문인들의 이같은 논의는 지역에서 문학한다는 것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올 한해 제주 문학계의 성과라 할 수 있다.

 특히 1901년 이재수란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문화행사가 마련된 가운데 제주작가회의 이재수란 기념 문학심포지엄은 지역의 현실을 문학 속에 용해하려는 문인들의 문학적 논의라는 점에서 신선한 화제를 불러왔다.

 문학의 근본 정신을 되짚어보는 다양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제주문학의 차세대를 이끌만한 역량 있는 신인들의 모습은 보기 드물었다.

 특히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새롭게 문단에 얼굴을 내민 신인들 대부분이 시조와 수필 등 특정 장르 편중과 40대 이후의 늦깎이 등단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제주문학의 차세대론은 문단 안팎에서도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주문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재능있는 신인발굴에 대한 문학단체들과 문인들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신인들의 활약은 미흡한 반면 중진들의 활발한 창작집 발표는 그나마 제주문학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소설가 오성찬씨는 「보제기들은 밤에 떠난다」를 비롯, 「세한도」「세기말 제주바다 물 밑을 흐르며」등의 작품집을 잇따라 펴내 여전히 건재한 필력을 과시했다.

 올해 출간된 작품 가운데는 김수열 시인의 「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와 소설가 현길언씨의 「관계」 소설가 이석범씨의 「어둠의 입술」 문학평론가 송상일씨의 「국가와 황홀」이 주목을 받았다.

 제주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비평가 홍기돈·고명철씨도 각각 「페르세우스의 방패」와 「쓰다의 정치학」을 펴내 제주 지역뿐만 아니라 중앙 문단에서 그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은 것은 올해 제주문학의 성과 중 하나다.

 제주출신으로 명지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재윤씨가 박사 논문으로 발표한 ‘한국 현대시에 대한 독자 반응 연구’도 이제까지 한국 문학의 미개척 분야인 수용미학의 관점에서 문학작품과 독자와의 관계를 분석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어려운 지역 문학의 현실에서 꾸준히 계간 문예지를 발간하는 다층의 활동도 주목을 받았다.

 다층은 「한일 신예시인 100인선」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동시 발간하고 한일 시인대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일본 교과서 왜곡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열린 한일 시인대회는 일본 지식인들의 자국의 교과서 왜곡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큰 화제를 모았다.

 제주 문단의 어른인 소설가 현기영씨가 민족문학 작가회의 이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올해 제주문단이 이룩한 큰 경사였다.

 올해 제주문학은 문학의 정체성과 진정성에 대한 다양한 활발한 논의들과 중진들의 식지 않은 창작열을 볼 수 있었던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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