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 돌봄 부족으로 '지적장애 3급' 판정
경찰·행정·청소년 등 나서 A군 돌봄이 자처

2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돌보아주는 사람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A군(8)은 또래 친구들보다 언어능력 등이 떨어지면서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이런 A군을 홀로 돌보는 '싱글 대디' B씨(43).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A군을 돌보아 줄 가족도 다른 곳에 맡길 형편도 되지 않아 아빠 B씨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B씨는 아빠 노릇을 하기엔 부족하지만 스스로 A군을 키워야겠다고 다짐, 학교에서 돌아온 A군이 잠든 후에야 출근한다. 

하지만 혼자 자다 깬 A군은 아빠를 찾아 울며 집 밖으로 나와 배회한다. 울고 있는 A군을 본 이웃들이 경찰에 신고, 연락을 받은 B씨가 일을 접고 귀가한다. 이런 일이 최근 2달간 20여 차례나 반복됐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서귀포경찰서 '학대전담 경찰관(APO, Anti-abuse Police Officer)' 양은정 경위는 사실 확인을 하던 중 A군의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됐다.

양은정 경위는 A군 가족을 도와줄 방법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했고, 그 바람이 닿았는지 최근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어린이날 장학금을 지원했고, B씨는 관할 주민센터 상담을 통해 '차상위계층'으로 선정됐다.

서귀포자원봉사센터에서는 A군이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책상, 의자, 컴퓨터, 침대 등을 마련해 줬다. 또 서귀포여자중학교 학생들은 청소년수련관 상담실에서 일요일마다 A군의 언어능력 향상 등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A군을 점차 호전을 보이며 누나들에게 농담을 하고 웃음도 많아지는 등 사회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양은정 경위는 "B씨로부터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게 아니었다'며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아이들이 사랑을 듬뿍 받으며 티 없이 밝게 자라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에서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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