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전 동국대 교수 학장·이학박사·논설위원

외래어가 남발하고 있다. 근본요인이 글로벌시대의 범람문화에 있고, 이런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있다. 항공교통시대를 맞이해 제주도역시 선진지역과 직접교류가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교통을 이용수단으로 삼는 것이 사람이다. 이것이 매개체가 돼 '이질(異質)문화를 동반'해온 것과 관계된다. 하지만 본래의미와는 다르게 왜곡되고 있음으로 근본에 대한 오해소지마저 낳고 있다.  

제주도에는 개발붐을 타고 '새로운 건축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펜션(pension)이다. 급조할 수 있는 규격상품임으로 확산일로를 달려가고 있다. 근본으로 소급할 때 '유럽의 하숙(下宿)집'에서 기원한 것이고 영구주택과 다른 '간이(簡易)형의 건축'이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펜과 닮은 꼴'에서 그런 이름을 붙이게 된 점이다. 펜은 가운데가 뾰족하게 돌출되고 양면을 향해 '날개처럼 분화'되고 있다. 

이런 모습을 건축에 적용할 때 '지붕이 양면으로 분화'하면서 전통적인 맞배지붕과 닮은꼴이 된다. 맞배지붕은 개방적인 백제문화인데 반해 폐쇄적인 우진각은 고구려계통의 문화형태다. 이처럼 가옥구조는 이용주체로 하여금 '주변조건에 알맞게 적응'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창안(創案)돼 왔다. 제주도가 강풍지역임을 고려할 때 펜션구조가 저항능력을 구비하고 있는지, 여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채로 창고-공장-사육장을 위한 시설확충으로 이어져왔고, 이런 과정에서 '샌드위치 펜'이란 잘못된 호칭까지 낳았다. 샌드위치는 '간편한 음식문화'에서 도입된 것일 뿐 주택과는 무관한 용어다. 시설에 합당한 용어는 다불 펜(double pen)에 있다. 펜을 'V자형태의 시설'과 비유할 때 W자처럼 '수평적인 중첩'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샌드위치(sandwich)의 경우 입체적으로 '누층을 이루는 구조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붕에 적용하면 '중층(重層)과 닮은꼴'이 된다. 명칭에서 오류로 남게 된 근거가 여기에 있다. 건축역사와 관련된 문화형태를 외면하고 주변에 다가온 급조문화만을 의식한 채 여과(濾過)없는 남발로 이어져온데 따른 것이다. 이것만을 가지고도 어설픈 서구문화에 대한 단편적인 활용의 모순투성이임으로 '경종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그런 결과는 곳곳에 '서구식과 유사(similarity)한 구조물'이 산재하게 됐고 '모방문화의 단면(斷面)'으로 남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체코 프라하의 경우 한국공학도들의 필수적인 답사코스로서 북적이는 희극장이 되고 있다. 창조를 위한 견학(見學)이라면 모르되, 모방문화를 낳는 계기가 되는 한편 '임의적 해석까지 남발'하는데서 민족의 자존심과 관련된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펜션이란 용어마저 전문성에 근거한 것이건만 현실은 그렇지를 못한 채 얄팍한 지식을 통해 '자기방식대로 해석'해온 데서 문제를 키워왔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간에 잘못에 대한 인정은 고사하고 공용어처럼 전국에 파급되는 것이 현실로 되고 있다. 샌드위치와 햄버거는 '급조된 간이형음식물'로 분류된다. 대조적인 것이 정식메뉴이며, 이것이 전통과 더불어 정성을 쏟아온 '슬로우 푸드(slow food)'다.   

여기에 착안해 발전된 것이 '슬로우 시티(slow city)'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의 글귀와도 상통하는 내용이다. 신라천년고도(古都)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장시간에 걸쳐 민족혼이 누적돼 온데 따른 것이다. 고양부삼성이 정착해온 제주읍성역시 여기에 준하는 요소로 채워져 있다. 이에 대한 자부심을 뒤늦게 깨달았는지 '읍성에 대한 복고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슬로우 시티에 대한 시범사례를 제주도에서 드러내며 '진일보(進一步)한 모습'을 보일 때임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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