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삼도1동 김모씨(39)는 지난주말 고교 동창 모임에 나갔다 ‘때’가 됐음을 실감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내년 지방선거에 나가는 동문 선배를 밀어줘야 할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고 금새 분위기가 그쪽으로 옮겨갔다.

평소 동문 행사에 적극적인 편인 김씨는 “단체장 출마를 준비하는 동문 선배 쪽 인사가 참석해서가 아니라 같은 학교 출신들로서 거부감없이 의견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최근 재 제주시 향우회에 다녀온 강모씨(47·북제주군)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 모임에서도 단체장에 출마하는 지역출신을 도와주자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연말모임이 내년 ‘정치모임’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속을 의식해선지 예비주자가 직접 모임에 참석, 지지를 호소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이처럼 회원끼리 동문이나 동향을 밀어주자는 지지 유도 사례는 눈에띄게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경제사정을 이유로 몇 년째 미뤘던 모임을 재개하는 단체도 늘고 있다. 주말이면 호텔 연회장이나 대형식당 등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지 유도를 주도하는 이들의 논리는 주로 ‘경쟁후보도 그렇게 하는데 우리라고 가만히 있을수 있느냐’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단속인원도 그렇고, 사적인 모임에까지 일일이 쫓아다닐 수도 없어 난감하지만 각종 모임에서 선거 얘기가 많이 나돈다는 제보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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