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 게임개발자·화가 오우진씨

영화 '괴물' 캐릭터 제작...화가·교수 등 활동 왕성
"낙서하던 습관이 직업 돼...고향서 전시 계속할 것"

"저에게 제주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언제 와도 따뜻한 곳이에요"

굴지의 게임 개발자이자 화가로, 국민대학교 영상디자인학부 겸임교수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오우진(45)씨에게 제주는 곧 '잊을 수 없는 사춘기'다.

대학 진학을 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청소년기까지 제주에서 보낸 그에게는 제주만 떠올리면 따뜻함이 묻어난다.

서귀포문화빳데리충전소에서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디지털 페인팅 기법으로 작업한 '싸이렌 환타지'전의 전시의 장소로 제주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를 떠난 지 20여년이 흘렀고 학창시절 친구들과 자주 연락을 하는 편이 아니어서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까'하는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오씨는 "서귀포에서 아버지가 농사를 지으시면서 어릴 적 많이 다녔던 곳이다. 그 때문인지 어릴 시절의 추억과 고향을 담은 그림으로 전시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씨는 처음부터 '그림을 그려야지'하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어릴 때부터 즐겨했던 '낙서'가 자연스레 '그림'으로 연결됐다.

특히 낙서는 오씨와 제주의 연결고리다. 낙서를 너무 좋아해서 부모님에게 혼났던 기억들이 이제는 사춘기 시절의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씨는 "어릴 적 낙서를 자주하던 습관이 지금은 일상이 돼 버렸다"며 "9년 전부터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하면서 단체전과 개인전도 여러 번 진행했다"고 말했다.

낙서에서 그림으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작품이 바로 '몬스터'다.

오씨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작품의 소재들을 찢기고 상처 난 '아픈 그림'으로 현실화했다. 그렇게 오씨의 손에서 영화 '괴물'의 캐릭터가 탄생했다.

이후 '사람'을 주제로 한 '아름다운 그림'으로 작품 영역을 넓힌 오씨는 대부분의 화폭에 '여성 인어'를 그려냈다.

오씨는 "특별히 인어를 그려야지 하는 이유는 없었다. 다만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려진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며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닌 옛 선비들이 난을 치는 것처럼 그때그때마다 조금씩 변하는 그림이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에서 전시를 본 지인들이 전시를 잘 봤다는 소식을 전해줬다"며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고향 제주에서 전시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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