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성 전 제주도의회 의장

한 시대의 사회전체를 지배하는 시대정신은 국가 사회가 지향하는 미래의 꿈과 희망을 담고 있는 비전이라 할 것이다. 특히 모두가 행복한 세계 속의 더 큰 보물섬을 지향하는 제주로서는 50년, 100년 후의 세대가 감동하고 피를 끓게 할 시대정신(새 제주정신) 정립이 필수적인 과제라 할 것이다.   

지금 제주는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다. 지나간 역사를 돌아보면 고대왕국인 신라에 입조해서 탐라국의 칭호를 받은 이후 약 1300년의 긴 세월 사람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척박한 섬 절해의 고도 유배의 땅에서 외침과 수탈, 거친 자연과 싸우며 억척스럽게 목숨을 이어온 인고의 세월 소외받은 변방의 시대를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변방의 시대를 마감하고 중심의 시대에 진입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그 실례로는 철저하게 버려지고 소외받던 외로운 섬이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보물섬으로 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전략차원의 특별자치도, 동북아중심의 국제자유도시, 세계자연유산의 섬, 평화의 섬 등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사업들이 제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주가 현재 위치하고 있는 시대적 좌표는 대한민국의 변방이 아니라 꼭지점이요 세계화의 교두보인 동시에 새 역사의 출발점이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도 10년이다.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된다.

오랜 변방의 시대가 낳은 집단이기주의 배타성, 지역간 반목과 대립 갈등 등 도민역량의 자해적 낭비 요소들을 냉철하게 털어버리고 세계를 지향하는 중심적 사고로 전환해야한다. 여기에 새 시대 중심이 될 제주정신을 정립하고 그 기치아래 대동 단합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 시대 제주인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근원을 찾아야 할 것 인가? 당연히 제주가 낳은 의인 김만덕의 생애와 그 실천적 사상에서 뿌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김만덕은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을 내놓아 수만의 생명을 굶주림에서 구하고 완강한 시대의 벽을 뛰어넘은 그의 생애와 사상이 오늘의 시대가 요구하는 덕목과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훌륭한 의인(義人)과 사상을 두고도 그 가치를 받들고 빛내지 못한다면 선진문화인이 될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설령 경제가 풍요롭다 할지라도 선진국의 문턱을 넘을 수 없을 것이다.

김만덕 사상은 첫째, 나누며 함께하는 동행의 정신이며, 둘째, 경제의 창조정신이며, 셋째, 완강한 시대의 제도와 신분의 벽을 뛰어넘는 도전과 혁신의 정신이다. 이를 오늘의 시대정신으로 되살려 미래를 견인하는 성장 축으로 작동시켜야한다.

오늘의 세태를 돌아보며 매우 걱정스러운 것은 윤리도덕이 퇴락하고 폐륜이 날로 심각해지는 시대상황에서도 정책이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반면 내면적인 인간정신의 승화에는 매우 소홀하다는 것이다. 오늘의 사회가 날로 거칠고 인성이 메말라 가는 것은 경제의 조건을 개선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정책과 무관하지 않음을 인식해야한다.

로마제국과 통일신라가 멸망한 것은 외침 보다는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응집하는 시대정신이 퇴락하고 국민적 단결이 해이해 지면서 내부에서부터 저절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임을 역사는 교훈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질곡의 섬에서 억척스럽게 삶을 지켜온 끈질긴 생명력과 김만덕 생애에서 보여준 나눔과 창조와 도전의 정신을 융합해  물질적 풍요와 인간의 존엄성, 행복 등 정신적 가치를 아우르는 뉴 제주정신을 정립하고 그 가치아래 대동 단합해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이것이 오늘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 할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제주, 세계인이 좋아하는 제주, 인간과 천연자연이 은혜하고 상생하는 제주, 이것이 우리의 소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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